한국일보

나의 생각 - 어머니

2021-05-12 (수) 김길홍/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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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귀한 언어는 ‘ 어머니’ 일거다. 어머니날만 다가오면 후회 되는 일이 하나 있다. 나의 어머니는 양가집 딸로 자라 당시 습관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셨다. 그녀가 18살에 갑부 부농의 아들인 아버지와 결혼 했는데 아버지는 57세까지 알콜 중독자 였다.

거기다가 그는 평생에 1원도 벌어본 적이 없다. 그나마 물려받은 땅이 많아 하나씩 팔아 1-2년씩 식생활을 이어 갔다. 돌아 가신지 10년이 넘는데 지금도 아버지의 이름으로 된 땅이 나온다.

그러니 어머니의 마음 고생이 크셨을 것이다 .거기에 자녀는 10 남매니 그녀가 겪은 인고의 고통은 말을 안해도 짐작이 간다. 그녀가 그런 상황에서 얻은 희망이 바로 교회에 나가는 일이었다.


그런데 교회에 가면 찬송가와 성경을 읽게 된다. 거기에 가끔 안내자나 목사가 그 걸 읽으라고 주문하게 된다. 회중 앞에서 얼마나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이 창피하고 수치스러웠을까를 생각하면 지금도 나의 어리석음을 뉘우치게 된다.

난 사범학교를 나오고 교사도 했다. 왜 어머니에게 한글을 가르쳐 드리지 못했을까 ? 어머니는 영특하여 짧은 시간에 터득 하셨을 텐데… 그녀가 보지도 못하는 성경과 찬송가를 끼고 교회에 다니셨는데.

또 한가지 아내와의 일이다. 어머니 연세가 많아 자리에 누우셨을 때 자녀들이 용돈으로 놓고 가면 그걸 침상 밑에 고이 쌓아 두셨다가 미국에 사는 며느리가 가면 아무도 모르게 손에 쥐어 주곤 하셨다.

새끼가 열 명이니 그놈들은 말할 것도 없고 손녀 손자가 많은데 유독 뉴욕에 사는 며느리를 생각하신 데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바쁘다는 핑계로 인사 한번 못하고 돌아 가셨을 때도 며느리는 가보지도 못했으니 죄송할 일이다.

그녀가 하늘나라 가시어 한글도 필요 없겠고 안부 인사 안해도 될 터인데 자꾸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어머니 죄송해요, 사랑해요.

<김길홍/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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