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인종 혐오의 뿌리 뽑아야

2021-05-11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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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하워드 비치에서 인종 혐오에 의한 폭력 사건이 다시 일어났다. 백인 청년이 흑인 청년을 야구 방망이로 때려눕힌 끔찍한 폭행이다. 브루클린에서도 6명의 젊은이들이 길을 가는 동양 여인 하나를 구타하고 지갑을 강탈하였다.

그들도 폭행하며 아세아 사람에 대한 인종 혐오적인 말을 했다고 한다. 웨체스터 카운티에서도 인종 혐오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모두가 지난 열흘 사이에 생긴 일들이다. 인종 혐오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미국의 흥망은 전쟁이나 경제 문제 때문이 아니라 아마도 인종간의 갈등과 화합 여하에 달려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미국 이민은 인종 화합의 촉매 역할을 하는 이민이다.


9월이 되면 귀여운 다섯 살 박이들이 학교에 간다. 운동장에는 여러 색깔이 어울린다. 흰 피부 검은 피부 사이에 수십의 중간색 피부, 백을 헤아리는 나라 배경을 지닌 채 아무 문제없이 함께 잘 논다. 그들에게 인종 혐오는 없다. 커지면서 어른들이 증오를 심어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러나 약 20%는 영어가 부족해서 특별 지도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고 다른 인종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자연스럽게 극복하며 서로 정다운 친구가 된다. 못된 것은 어른들이다. 증오의 씨를 뿌려 깨끗한 물을 흐려놓는 것이다.

라스베가스에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경찰관 로리 터글(Rory Tuggle)씨가 있다. 1992년 4월 30일 인종 폭동이 일어났다. 백인 상인들의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흑인 폭동이었다. 200여 명의 폭도들이 가게들을 습격하였다.

경찰대가 상황이 가장 심한 뉴클라스 샤핑센터로 진격하였다. 그러나 염려했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경찰대의 선두에 서서 무기도 없이 지휘하고 있는 로리 터글을 폭도들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백인 경찰이지만 흑인 사랑으로 알려진 사람이었다. 라스베가스의 흑인이라면 아이들까지도 로리를 좋아하고 존경하였으므로 그와 싸울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듬해 로리 터글은 IACP(경찰국장 협의회)가 주는 ‘이 해의 경찰관’ 표창을 받았다.

구약 성경은 이스라엘 민족의 선민사상 즉 이스라엘만이 하나님이 선택한 특별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구약 속에 요나서라는 작은 책이 있는데 이 글은 인종 차별을 극복하고 만인 평등을 주장하는 특이한 책이다.

요나는 명색이 예언자였는데 하나님의 지시에 반항하였다. 이방인 곧 타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전도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마음에 안 들어 반대쪽으로 가는 배에 탔다. 갑자기 풍랑이 일고 배는 파선에 직면한다.


신을 노엽게 한 자가 배에 있을 거라는 여론에 따라 죄인 색출 제비뽑기를 하게 된다. 그래서 지목된 죄인이 요나였다. 그는 죄를 자복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요나를 벌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러 인종의 국제적 승객이었는데 제각기 자기 신에게 구원을 청하고 힘을 모아 배를 가누는 초인종적 협력 장면이 벌어진다.

최대한의 노력도 무위로 돌아가자 그들은 요나를 희생의 제물로 바다에 던지고 풍랑은 멎는다. 바다에서 구출된 요나는 많은 것을 깨닫고 이방인의 땅 니느웨로 향한다. 요나서는 10분이면 읽을 수 있는 짧은 글이지만 인종 문제가 다루어져 현대인에게 흥미진진하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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