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트럼프 대통령의 고뇌

2021-01-21 (목)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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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이기려면, 1980년과 1984년 선거에서 레이건(40대 대통령)처럼 왕창 이겨버려야 한다. 반대로, 선거에 지려면, 지미 카터처럼 압도적으로 져버려야 한다. 왕창 져버렸기에, 왜 졌느냐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이 있을 수 없다.

선거 일 년 전만 해도 트럼프는 쉽게 재선될 것이라고 믿었었다. 선거가 끝나고 개표하고 있는 밤만 하더라도, 트럼프가 이길 것처럼 보였다. 트럼프는 기쁜 마음으로 잠을 잤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웬걸 트럼프가 져 있다.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소리 칠만큼 머리가 핑 돌만도 했다. 트럼프는 바이든(Joe Biden)한데 살짝 졌다. 살짝 졌기에 더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졌으면 졌으니까, 마음이 아프고 쓰라려도, 패배를 인정해야만 했었다.


왜 트럼프가 선거에 졌을까? 지난 4년 동안의 트럼프의 언행이 거칠었고, 그리고 코로라19를 통제하지 못한 이유가 컸을 것이다.

트럼프는 자기가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할 줄 모르는, 명예욕이 아주 강한 사람이었다. 대통령 그 자체로서 만족하지 못하고 트럼프는 더 이상의 명예를 바랐다. 노벨상을 타고 싶었다. 2019년하고 2020년 두 번이나 노벨상을 수상하려고 안간 힘을 썼었다. 사우스다코타의 러쉬모어 마운틴에 있는 네 명의 미국 대통령에, 자기 얼굴도 집어넣고자 했었다.

한편 트럼프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이를 만났다. 트럼프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주기를 바랬다. 북한은 트럼프가 북한의 핵무기를 허용해주기를 바랬다. 의견만 나누었다. 일 년 후에 하노이에서 둘이는 다시 만났다. 둘이의 만남은 서로가 서로에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쇼맨십, 쇼맨십이었다.

지난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 몇 시간 동안 난동을 피웠다. 이중 100여 명이 체포되어 구금되었다. 이네들은 “우리는 애국심을 발휘했고, 트럼프 말을 들었을 뿐”이라면 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사면해달라는 지지자들의 요구를 묵살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들어줄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

트럼프 자신도 지난 13일에 하원에서 난동을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탄핵을 당했다. 이제 앞으로 며칠 후면 상원에서 탄핵을 당할지도 모를 위험에 처해있는 것이다.

만일 트럼프가 “‘내가 모든 책임을 다 지겠소. 의사당 침입자들이 흥분한 나머지 이성을 잃고서 그런 행동을 했었던 것 같소. 그들을 사면해줍니다. 그 대신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내가 다 책임을 지겠소. 잘못된 것이 있다면, 나를 처벌하시오.’ 그리고 ‘여러분들,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바이든이 여러분들의 협조를 필요로 합니다.

미국이 우선입니다. 바이든 정부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국민에게 연설을 한다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미국은 싸워서 이기는 나라가 아니다. 타협해서 살아가는 나라이다. 트럼프여, 이제는 정치에서 손을 떼시고, 자서전이나 쓰시고, 사회에 봉사하시면서 여생을 편안하게 살아가주시기를 바란다. 이것은 어디까지 나의 생각이고, 그런데 재선되지 못한 트럼프의 분노는 어디로 튈까?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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