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울한 냉소

2021-01-17 (일) 박사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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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 안에 갇혀 사는 짐승이라
무명의 어둠 한 세월이 끝나면 우리
빈 손으로 쓸쓸히 떠나야 하지만
시색(時色)은 날로 혼미하고
오늘 앞이 자꾸만 어두워져서
내일은 함께 동행할 수 있을런지
이 날까지 님을 믿고 좇았건만
잃어버린 사랑과 기쁨 할렐루야
백악기 이후 울부짖는 기도
불천(不天)이라서
하늘나라 제왕은 없는 듯 싶네
성화(聖畵)는 신기루 일뿐
신들의 휴양지 파묵칼레
온천은 넘쳐 흐르고
타락한 제주(祭主) 대리인의 이단과 세객
위선의 말씀 성찬 도처에 활개치더니
지하로 숨어버린 물신(物神)들 개밋둑 높아만 지고
검은 강물 범람하여 무덤에 흙비 내리내
철학과 지성은 입을 닫았고
선량한 빈자의 가족 그날 그날의 생계
탄식의 비애 박명(薄明)의 거리에 넘쳐나네
염병 창궐 팬데믹 사계시후
누가 알았던가 고독과 불안 속에서
미(迷)의 세상에 갇혀 살 줄을
종교여, 굶주리는 가난한 병자
구제 못할 바에
사승은 한고조 (寒苦鳥) 탓하랴
연약한 인간 감성 울리는 송가 거두고
중백의(中白衣 ) 찬양 행렬 멈추세
괴괴한 야광명월 속 사파고 벗 삼아서
죽어 본향 찾아가는
백수 한량무(閑良舞)
접동새 진박새 기러기 불러들여
하회별신굿
눈물 뿌리는 춤 한바탕 추어 웃어나 보세.

<박사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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