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너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2021-01-14 (목) 조민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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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생각이 있어
나도 스스로 판단을 할 수가 있다고
나한테 강요하지 말아 줘
내가 스스로 찬찬히 판단을 하게 그냥
정직한 팩트만 줄 수 없겠니
나를 스포츠 무비 드라마 엔터테인에
넋 잃어 뭐든지 떠들어도 다 믿는
멍청이로 여기지마
진실이 아닌데도 똑같은 거 보여주고
들려주고 또 무한반복 틀어놓다고
해서 그게 진리가 되는 게 아니잖아
네가 없는 세상으로 가고 싶어
네가 보여주는 아무것도 이제는
읽고 듣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정말 숨쉴 공간 좀 줬으면 해
정말 숨이 막혀 어딜 피할 데가 없어
네가 보여주고 말하는대로만 믿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라고
강요하는 마치 악덕 업주같아
나는 더 이상 냉혹한 매스미디어의
노예로 살고싶지 않아
엔터테인 해 광고 받고 시청률 오르면
돈 벌고 드라마 스포츠 섹스만
보여주는 바보상자라고 우습게
여겼는데 사람들 넋 빼고 혼도 빼 가
어느새 우리를 통제 조종하는
무서운 빅 브라더가 돼버렸어
이러려고 자유의 땅 기회의 땅에
이민 온 게 아닌데
난 그래도 희망과 사랑이 있었는데
이 땅에 미련이 있었는데
이 땅은 어느새 이 세상 그 어디
그 누구보다 사람들을 통제 조종하는
불신과 거짓의 땅이 되어버렸어
앞으로 어떻게 어디까지 할 거니?
나의 지성과 사고를 무시하고
재단하려 드는 네가 정말 싫다
가르치려고 하지 마! 나도 스스로
올바르게 생각할 수 있어. 너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너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조민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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