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홍역 치르는 미국

2021-01-13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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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네로를 죽이려는 모반자가 네로의 선생인 세네카를 찾아와 '네로를 죽입시다' 하면서 동의를 구했다. 세네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후 모반자들이 발각되어 모두 죽임을 당하고 세네카는 말은 안했지만 동의한 혐의로 사약을 받았다. 그러나 먹지 않고 자신이 죽을 수 있는 명을 받았다.

트럼프가 지명한 부통령 마이크 펜스는 6일 상,하원 연방 합동회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위치에서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믿었던 가장 최측근이 이런 말을 했다는 건 민주당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 거나 마찬가지다.

미 대통령 당선 확정의 마지막 관문인 연방 합동회의에서 마이크 펜스가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다고 한 것은 마치 세네카가 침묵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당시 의회 상황은 애리조나주 선거인단 투표결과에 관한 공화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로 격론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그때 밖에서 시위를 벌이던 트럼프측 지지자들의 시위대가 의회에 난입해 폭력사태로 비화되면서 의회가 즉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6시간만에 다시 의회가 재개돼 주별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결과 인증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를 통해 조 바이든 당선자의 대선 승리가 확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질서있는 권력 이양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섰지만 그후 진실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루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트럼프측 변호사는 이번 당선 확정 발표에 '굿바이 미국'이라며 '이전같이 좋은 미국은 사라지고 또 다른 미국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은 이제 확정됐다. 하지만 그동안 시끄럽던 미국의 혼란은 여전히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소용돌이 입구에 들어서 어디로 빨려 들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카이사르가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를 지배했듯, 과연 조 바이든이 루비콘강을 확실하게 건너온 것인가. 그간은 예측불허의 날이 많았었다. 지금 미국은 조 바이든이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취임식은 7일이나 남아 있다.

이를 앞두고 양측에서 나오는 설왕설래가 인터넷을 온통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어떤 것이 사실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시끄럽고 요란하다. ‘너 죽고 나 살자’ 그 갈림길에서 양측간의 물밑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의회는 바이든의 당선 확정에 이어 임기 며칠 안 남은 트럼프탄핵에 대한 결의를 하원에서 통과시켰고 상원에서의 결과는 아직 예측불허 상태다. 만약 탄핵이 결렬될 경우 트럼프를 영원히 공직에서 배제시키는 법안 논의까지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측에서는 확인 안 된 모종의 행보가 보이지 않게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다. 항간에는 트럼프가 임기말에 어떤 액션을 취하기 위해 '군 벙커에 대기하고 있다'느니, '20일 취임할 대통령은 바이든이 아니고 다른 인물이 될 것'이라느니... 지금의 혼란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미미 함께 일할 부통령과 법무장관 등을 내정한 상태이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은 더 보이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은 과연 20일 취임식을 무난하게 치를 수 있을까. 모든 게 순리대로 잘 진행되길 바랄 뿐이다.

물은 맑은 물도 있고 흙탕물도 있다. 흙탕물도 스무 발만 흐르면 맑아진다. 그리고 물은 웅덩이를 다 채우고 흐른다. 트럼프와 바이든이 물이라면 역시 웅덩이를 다 채우고 흐를 것이다. 지금은 미국이 난국일지라도 시간이 흐르면 다 알 수 있다.

과거는 길고 현재는 짧고 미래는 얼마 남지 않았다. 예측 불허의 오늘과 내일, 앞으로의 향방은 모든 국민의 염원대로 잘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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