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글리 프레지던트, 어글리 아메리칸

2021-01-13 (수) 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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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루카 23:34)
참을 수 없는 역겨움, 끓어오르는 분노, 심연을 알 수 없는 서글픔…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벤자민 프랭클린, 존 애덤스 등 건국의 아버지들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피와 땀으로 굳건한 반석 위에 쌓아올린 자유민주주의의 찬란한 금자탑을 한 순간에 허물어버리려는 저자들은 누구인가.

2021년 1월6일은 250년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어둡고 수치스러운 날로 기록될 것이다. 민의의 전당이자 전 세계 자유민주진영의 성지이기도 한 워싱턴 미 의사당(Capitol)이 폭도들에 의해 무참하게 유린당하는 끔찍한 장면을 지켜보면서 미국인들은 물론 전 세계가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제46대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공식 확정짓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고 있던 1월6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의 사주를 받은 폭도들은 의사당 담을 타고 올라가 유리창을 깨고 의사당 건물에 난입하였다.


상원과 하원회의실을 떼 지어 배회하던 폭도들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실에 들어가 책상 위에 구둣발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테이블을 뒤엎고 액자들을 떼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서류들은 바닥에 팽개쳐져 카페트 위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하원의장이 쓰던 레터헤드와 명판은 폭도들이 전리품처럼 챙겨갔다. 폭도들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방금 전까지 앉아 사회를 보던 상원의장석에 앉아 번갈아 가며 셀카 사진을 찍고 의원 사무실을 돌면서 벽에 걸려있는 액자와 미술품 등을 닥치는 대로 백팩에 챙겨 넣었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압승으로 끝난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하여 근거 없는 부정선거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면서 그동안 여러 차례의 법적 소송과, 공화당 의원과 주지사, 주 검찰총장에 대한 회유와 협박, 펜스 부통령에 대한 압력 등 갖은 책동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 하였으나 여의치 않자 직접 지지자들을 선동하기에 이른 것이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기본적인 품격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 트럼프가 4년간 미국을 이끌면서 여러 분야에서 국정의 난맥상이 드러났으나 특히 코로나 방역에 철저하게 실패함으로써 채 1년도 안된 사이에 3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병마에 희생되고 매일 20만 명의 새로운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국가적인 비극을 초래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미국인들과 전세계 자유진영 국민들의 마음 속에 지울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트럼프는 퇴임 후에도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며 트럼프에게 맹종하여 자유와 민의의 전당인 의사당 건물에 난입한 폭도들도 한사람 한사람 끝까지 추적하여 모두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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