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 칼럼 - 가지치기

2021-01-11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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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는 이상한 과수다. 옛 가지에는 새 열매가 맺히지 않는다. 매년 봄이 되어 새로 나온 가지에만 열매를 맺는다. 겨울철 휴지기에 농부들은 포도밭에 나와 치열하게 가지치기 한다. 새 가지치기를 많이 해준 포도나무 일수록 이듬해에 열매를 많이 맺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 가지다.

새로운 지식, 새로운 지혜, 새로운 도약, 새로운 열매를 얻으려면 가지치기를 잘 해야 한다. 과감하게 옛것을 잘라 버리고 새로운 것을 택하는 가지치기의 삶을 살아야 한다.“(젠 프리웨의 “From Grape To Glass”중에서)

‘가지치기’란 단어의 헬라어는 ‘카타로이(katharoi)’다. 카타로이는 깨끗하게 하다, 성결하게 하다, 거룩한 신앙으로 살다, 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아래로 쳐진 가지를 붙잡아 올려준다는 뜻도 있다.


가지치기는 주로 모든 것이 휴식하는 겨울 휴지기(休止期)에 이루어진다. 꽃피는 봄부터 잎이 무성한 늦은 여름까지는 가지치기 하지 않는다. 가지치기는 겨울철이 제일 좋다. 칼바람 부는 겨울 포도원에 가보라. 여름 내내 무성했던 이파리 때문에 보이지 않던 불필요한 가지들이 쉽게 눈에 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대는 지금 고난의 겨울인가. 시련의 휴지기인가. 연단의 침묵기인가. 그때야 말로 부활의 봄을 바라보며 가지치기를 할 때다. 가지치기는 과감할수록 좋다. 최선을 붙잡기 위해 차선의 유익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성장에 장애가 되는 습관들을 미련 없이 버릴 때 신령한 몰입을 경험한다.

유실되거나 낭비되는 소산 에너지의 발생을 막아내고 한 곳으로 몰입시키기 위해 고대 인류는 동굴 안에 모여 불을 피웠다. 동굴 안의 불을 가지고 고대 인류는 난방을 했고 음식의 요리를 창안했다. 그 다음엔 쇠붙이 제련을 발명했다.

사람에게 가지치기란 무엇인가. 무질서하게 유실, 낭비되는 삶의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아 새 질서를 만들어내는 생명행위다. 당신은 탁월함을 꿈꾸는가. 산만한 것을 가지치기하라.

최선과 차선사이에서 머뭇거리지 말라. 세잔(Cezanne)은 말했다. “사과 한 알로 파리를 정복할 것이다.” D. H. 로렌스는 말했다. “어떤 것을 소멸시키려는 세잔의 제스추어는 다른 어떤 것을 쌓아 올라가려는 목표와 직결된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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