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려한 출발을 자랑하지 말라

2021-01-04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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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때문에 유명한 ‘애플(Apple)’의 동업자는 세 사람이다. 제2의 동업자는 탁월한 기술자 스티브 워즈니악이다. 제3의 동업자 로널드 웨인(Ronald Wayne)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다만 안타까운 스토리가 하나 만 남아있다. 웨인은 행정력이 탁월했다. 이 대가로 웨인은 10퍼센트의 주식을 배당 받았다. 하지만 웨인은 이 지분을 오래 붙들고 있지 못했다.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태려고 보유 주식을 다 내다 팔았다. 이때 받은 돈은 2,300달러가 전부다.” 로드 와그너의 ‘Power of Two’ 중에서)

현재 애플 총 주식의 수는 9억 4,000만 주다. 웨인이 가진 지분으로는 9,400만 주가 된다. 애플 주식의 시가가 한 주당 500달러라고 쳐도 웨인이 소유한 10퍼센트 지분은 시가 약 470억 달러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웨인은 지금 네바다주 파럼에 살고 있다. 연방정부의 사회보장연금으로 최저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웨인의 출발은 화려했다. 그가 지분으로 받은 10퍼센트는 누가 보더라도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웨인은 눈앞의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는 신속했지만 미래를 내다보며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만족을 지연시키는 절제능력에서는 실패했던 것이다.

아브라함은 유혹의 경계선을 뛰어넘는 결단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아브라함의 첫 경계선 돌파는 당시 최고 첨단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포기하고 미지의 땅 가나안으로 향하는 모험으로 시작했다. 아브라함의 새 삶의 여정은 순적하지 않았다. 중간 경유지 하란에서 두 번째 유혹의 경계선이 그에게 다가왔다.

일신의 만족을 꿈꾼다면 굳이 먼 가나안까지 갈 필요가 없을 만큼 완전한 조건을 갖춘 상업 도시가 하란이다. 화려한 물질문명에 압도당한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는 하란에 그냥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하나님의 언약을 붙잡았던 아브라함은 홀연히 하란 경계선을 넘어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웨인, 데라, 롯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화려한 출발에 비해 결과는 미흡했다는 점이다. 처음 품었던 목표를 끝까지 바라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신년 벽두 출발선에 서서 간구한다. 아브라함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가 잘 달렸으면 한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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