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0년을 보내며

2020-12-28 (월) 송온경 / 시인·뉴욕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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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위의 참새들, 먹이 찾아 종종걸음
하얀 스카프 두른 청청한 소나무
아무것도 모르는 지
못본 체 하는 지
지난 한 해 돌아보니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속
하루 아침 우수수 떨어진 목련꽃처럼
생명줄 놓아버린 수많은 인명들
이제 아린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포격을 피해 방공호로 숨듯
식료품과 화장지만 들고 집안으로 숨어든
역사책에 기록될 코비드 19
팬데믹 생존자들
파괴와 무질서로 잃어버린 봄

생살 베어나간 아픔 남기고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
언제쯤 무딘 살 되어 덜 쓰라릴 수 있을까

무생명에서 생명의 싹이 트고
알아볼 수 없는 형체에서 꽃이 피는
그런 날 올 수 있을까


흰 눈에 덮힌 설중매 나를 보고 웃는지

이 겨울 지나면
호수의 살얼음 녹아
멀리 간 오리떼 돌아오고
마른 가지 새 순 나면
가슴 속에 또 다시
꽃피는 봄 올 수 있으리

<송온경 / 시인·뉴욕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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