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들꽃의 외침

2020-12-23 (수) 곽상희 / 올림포에트리 계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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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소떼도 아니고 섬뜩해진 뉴스들
멍처럼 번져 있었다

가시에 찔린 뽀얀 속살 아리아리 아리구나
분홍 핏물 거멓게 소식의 시작도 끝도
정체를 속속들이 뭉개버렸다

침묵이 십상이라고 들꽃도 장미도
눈짓뿐이다
허물어진 옛 담락에 멍청이 같은 까치
눈만 껌벅거리고 외면 뿐
여긴 지나치게 허무가 득세하는 마을
겨울이 또 오고 있다
기다림은 또 얼마나 처참할까
길 없는 길에서 뿌리의 길 몸부림 친다

나도 한갖 영어의 몸
점잖해야하는 정신의 나라 족속
세상은 너무 노골적이다
폭설이 오자 온세상 지하에서
꽃씨알을 심으며
너는 목매어 외치느냐
포장하지 말라 맨몸 그대로
내어 놓아라
꽃의 축제가 열차를 타고
앞을 당겨 오는데….

<곽상희 / 올림포에트리 계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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