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크리스마스 선물

2020-12-14 (월) 한원희 / 소아알러지 천식전문의·플러싱 하스피탈 과 수련의 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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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내리쬔 햇살로
따사한 온기 위에
저미는 옷 사이로 소리없이 스며든
냉기가 혹한의 겨울을 재촉한다
앙상한 나뭇가지들도
다가 온 추위에
몸부림치다가
맥없이 나를 쳐다보고,
반 토막 난 도토리 한 조각이
싱그럽게 나를 반긴다

오랫만에 고국에서 날아온
45년 지기 막역한 친구의 딸이
결혼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어느새 거리에는 구세군의
빨간 자선 냄비가
사람들의 온정을 기다리고,
정겨운 크리스마스 캐롤이
심금을 울리고
환한 불빛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내 마음을 설레게 할 때
금시라도 산타클로스가
나올 것만 같은 기대감에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하다

우리 모두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고 있기에
먼 곳에 살고 있는
가족들과 친지들의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들이
내게 기쁨이 넘치는
가장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한원희 / 소아알러지 천식전문의·플러싱 하스피탈 과 수련의 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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