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행길

2020-12-11 (금) 박사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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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하행지세(下行之歲)

미모는 비애의 원천
달콤한 찬사 자만에 취해
지천명(知天命) 인생
시간에 얹혀가는 하행지세
슬픈 미로라는 거 몰랐다
세상이 업수이 여길가
교만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
종심(從心) 나이에
인생이 죄만 남는다는 거
슬픈 초상인 줄 몰랐다
타락은 탐욕에서 시작
야누스의 사랑에 오가다
산수(傘壽) 노추에도
인생이 비극이라는 걸
가까이에서도 분노할 줄 몰랐다
메밀꽃나리 산달밭 무덤 언덕
무덤새 울새 자고새 슬피 우는
미수(米壽), 삶이 끝나갈 즈음
세상은 ‘신’을 위한 뮤지컬 무대
아, 인생이 희극이라는 걸
멀리서 보니 무상(無常)인 것을
이제야 알겠구나.

<박사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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