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거에 졌으면!

2020-11-20 (금)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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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트럼프는 졌다. 졌으면 패배했다고 인정을 하고, 새로 당선된 바이든에게 축하를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번 선거가 불법으로 치러졌다면서, 승복을 아직까지(11월15일)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에 낙선되고도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이 있기는 있다.

서아프리카에 ‘감비아’(Gambia)라는 조그만 나라가 있다, 야호야 자매는 지난 23년 동안 이 나라 대통령으로서 통치를 했었다. 하지만 지난 12월(2017) 선거에서 졌다. 선거가 무효라면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들은 들고 일어났다. 자매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때 아프리카 연합 의장이 군대를 보내겠다고 위협을 했다. 자매 대통령은 1월 21일 가족과 함께 적도 기니로 망명했다. 새로 당선된 바로우가 감비아의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아프리카에 코트디 부아르(Cote d’lvoire)라는 나라가 있다. 그바그보 (Larurent Gbagbo)는 2000년에 대통령이 되었다. 5년 후, 2005년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그는 선거일을 미루었다. 미루고 미루다가 2010년에 대통령 선거를 했다. 이때 그는 54%대 46%로 선거에서 오우타라(Alassane Ouattar)에게 졌다.

졌는데도 그는 물러나지 않았다. 선거는 무효라고 선언했다. 자기가 계속 대통령이라면서 대통령궁에 쳐박혀 있었다. 당연히, 선거에서 이긴 오우타라는 항거했다. 이때 불란서에서 군대를 보내서 오우타라를 도와주었다. 오우타라 군대는 1년여 동안 싸운 끝에 드디어 궁전에 들어가 그바그보를 체포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기는 있다. 링컨(16대 대통령) 때 스탠턴(Edwin M. Stanton)이란 국방부 장관이 있었다. 링컨이 죽고 난 후, 다음 대통령인 앤드류 존슨(17대)이 스탠턴을 해고했다.

스탠튼은 링컨이 자기를 임명했기에, 존슨은 자기를 해고시켜야 할 권한이 없다고 우겼다. 그리고 국방부장관실에서 물러나오지 않았다. 경찰을 보내 쫓아내려고 해도, 국방부 직원들이 스탠턴을 보호해주었다. 다음 대통령 그란트(Grant, 17대)는 스탠턴을 대법관으로 임명해주었다. 스탠튼은 국방부 자리에서 물러났다.

트럼프는 외국에 있는 미국의 공장을 미국 내로 들어오게 했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다. 경제도 좋아졌다. 다들 그가 쉽게 재선되리라고 기대했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코로나바이러스가 트럼프의 정치생명을 죽이고 말았다.

수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워싱턴에 모여서(11월14일) ‘트럼프 만세’ 하고 트럼프를 지지해주었다. 그래도 트럼프는 물러나야 한다. 물러나는데 언제 어떻게 어떤 핑계(?)를 대고 물러나느냐가 관심사다.

트럼프는 임기가 끝나기 전에, 자기하고 가족이 지은 연방법 범죄를 다 사면시켜주겠지만, 그래도 뉴욕법에 저촉된 범죄는 따로 심판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뉴욕검사가 트럼프의 부정을 조사하고 있는데, 죄가 발견되면 트럼프를 영창에 집어넣을까?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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