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새 철학

2020-11-03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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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인 그랜드 캐년에 가면 비탈길을 올라 다녀야 하기 때문에 노새를 타게 된다. 그런데 이 노새들은 절대로 빨리 달리지 않는다. 손님의 안전을 위하여 천천히 걷도록 훈련되어있다.

노새 부리는 사람이 설명하였다. “도시 사람들은 이 노새를 타면 처음에는 신경질을 부립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새의 배를 걷어차도 이 놈들은 절대 속력을 내지 않아요.” 현대인들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노새 철학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일본 속담에 “급하면 돌아가라”는 말이 있는대 천천히 여유를 갖고 살아야 한다는 교훈이 담긴 속담이다.
뉴욕에서 일 할 때 가끔 가던 중국 식당이 있다. 식당이 컬럼비아대학 근방이어서 외국 손님들이 많은 곳이다. 식당 주인이 이런 말을 하였다. “스프를 먹을 때 프랑스 사람들은 한 입씩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먹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음식의 재료가 뭐냐고 질문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맛있다 맛있다를 연발 하면서 스프를 먹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어째서 그렇게 급하게 스프를 먹습니까?”그러고 보니 나 자신도 식사를 너무 빨리 하는 버릇이 있음을 깨달았다.

원래 한국인은 급한 성격이 아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한국인은 몹시 급해졌다. 미국인들은 Relax!란 말을 자주 쓴다. 마음을 편히 가져라, 혹은 ‘천천히’란 뜻으로 사용한다. 현대인은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

어린이들도 다 아는 유명한 이솝우화-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가 있다. 토끼가 거북보다 빠르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이 우화에서 거북이가 경주에 이긴다. 원인은 간단하다.

거북은 꾸준히 걸었고 토끼는 거북을 얕잡고 도중에 낮잠을 잤기 때문이다. 지금은 스피드 시대라고 하지만 인생여로에서는 스피드보다 ‘꾸준함’이 더 중요하며, 무리하지 말고, 서둘지 말고, 조급해 하지 말고, 이기려고 하지 말고 꾸준한 발걸음으로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생은 마라톤 경주와 같다. 마라톤은 처음부터 속력을 내지 않는다. 천천히 출발하여 균등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원도에 출장 갔다가 재미있고 감격스런 이야기를 들었다.

소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렸는데 마지막 순서가 학부형들의 마라톤이었다고 한다. 그 속에 노인 한 분이 계셨다. “저런 노인이 끝까지 달릴 수 있을까”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얼마 후 모든 선수들이 돌아오는데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도중에 기권하고 집으로 돌아갔겠지.”하고 생각하며 운동회도 끝났으니 모두 자리를 떴다. 그러나 오직 한 사람, 할머니 한 분만이 운동장에서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에 교문에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천천히 걸어서 고문을 들어섰다. 할머니가 달려가서 할아버지를 얼싸안았다. 운동장 정리를 위하여 남아있던 선생님들이 이 장면을 후세에 남긴 것이다. 이 할아버지가 꼴찌를 하였는가? 그렇지 않다. 할아버지는 인생 경주에서 일등을 한 것이다.

인생을 마라톤이라 함은 출발보다 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살다가 실수와 잘못을 많이 저질렀어도 마무리를 깨끗하게 맺어야 한다.

인생 경기에는 세 가지 장비가 필요하다. 희망의 운동복과 인내의 신발과 노력이라는 머리띠이다. 어떤 역경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말고, 높은 장벽들이 가로막을지라도 끝까지 인내하며, 나의 최선을 다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것이 바로 인간 승리인 것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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