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 팰팍 한인회장 한용식 님을 보내며

2020-10-30 (금) 오대석/팰팍 한인회장(6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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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식 회장님은 3년 전 권혁만 유권자협의회장의 소개로 처음 만났습니다. 지금 시장인 크리스 정 시장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신문 전면 광고가 양대 일간지에 나와야 하는데 어느 독지가가 성금을 지원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 지면을 담당했는데 누가 이런 큰 성금을 익명으로 기부했나 궁금해서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그 분이 바로 한용식 5대 팰팍한인회장님이었습니다 .

크리스 정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되는데 뒤에서 보이지 않게 크게 지원한 분이십니다. 후에 크리스 정 시장의 시정에 서운함과 안타까움을 표하시고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한용식 회장님은 친구가 권혁만 회장님과 더불어 한 분 더 있는데 오늘 고인의 약력을 낭독한 안용진님입니다, 안용진 님은 한 회장님의 팰팍 한인회장 취임을 기뻐하며 큰 성금을 팰팍 한인회에 기부했습니다.

포트리로 이사가는 것도 포기하고 측근에서 한 회장님을 도왔습니다. 이 세 분이 발기인이 되어 2016년 8월 팰팍유권자협회가 창립되었습니다. 한 회장님은 자신이 주도하여 이 협회를 창설한 것을 몹시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리고 권혁만 회장님의 비판적 조언자가 되었습니다. 팰팍유권자협회를 통해 한인 정치력 신장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어느 날 한용식 회장님이 전복 죽을 사오라는 심부름을 제게 시키셨습니다. 그 가게가 포트리에 있는데, 교통 체증이 심한 시간이라 뭐 거기까지 갖다 오나 싶었습니다. 겨우 사 오니 그 죽을 독거노인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한 회장님은 사회적 약자들을 늘 돌보는 분이었습니다. 팰팍 상공회의소 회장을 하실 때 팰팍 고등학교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그 당시 꽤 큰 돈 일만 달러를 조성했고 한인회장을 할 때부터 저희 한인회가 싱글 맘을 돕고 있는데 현재 약 30~40 가정이 됩니다. 서니 한 부회장님이 주로 담당합니다.

이번 추석 때도 저희가 이 분들을 섬기느라 마이클 성당 앞에서 음식을 나누며 기념품을 증정했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된 초기, 몹시 어수선하고 마스크 구하기도 어려울 때도 한인상가에 마스크를 일일이 보냈습니다.

독거노인 돌보기는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 분은 지금 코드웰 노인 요양소에서 아직 소식을 모른 채, 회장님 안부를 물으며 뵐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 한용식 율리아노 회장님, 어떤 면에서는 그리 넉넉하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의 주머니만 아니고, 항상 다른 사람을 위한 딴주머니를 차고 다녔습니다. 당구장에 가면 항상 붕어빵과 차를 내어 주었는데 이제 더 우리에게 과제를 남기고 고인은 떠났습니다.

마지막 병상에서도 선거가 어찌 되는지 물었고 사경을 헤매기 전에 우편 투표를 마쳤습니다. 자신이 가진 정치력 한 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표심에는 ‘어떤 특정인을 두려워하는 정치가가 되지 말고, 유권자를 대변하며 유권자를 두려워하는 흔들림 없는 정치인을 우리 한인사회가 만들어 보자’는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1세대 이민자로서 그 분의 뜻을 이어 받아 보다 공정한 타운행정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한 분도 빠짐없이 한 표의 투표를 행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천국에서 다시 고인을 반갑게 마주할 날을 기대해 봅니다
(10월21일 샌마이클 성당에서 치른 한용식 장례미사의 조사)

<오대석/팰팍 한인회장(6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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