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와 낙태

2020-10-28 (수)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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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트럼프가 배럿(Amy Berrett) 판사를 대법관으로 지명했다. 절실한 가톨릭 신자이다. 민주당이 우려하는 것은 배럿이 대법관이 되면, 가톨릭의 교리에 따라, 다른 대법관들과 함께, 지금까지 해온 낙태법과 동성결혼법을 취소해버릴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에 있어서 종교는 중요하다. 종교를 믿음으로 해서 위로를 받아서 편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 임종 때, 천국에 간다는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리고 평화롭게 죽어간다. 이게 종교의 혜택이다.

종교는 자기네의 천국이 따로 있다. 가톨릭신자들은 가톨릭 천국으로, 개신교는 개신교 천당으로, 그리고 무슬림들은 이슬람 낙원에 갈 것이다. 불교인들은 극락에 간다. 그런데 ‘자기’ 종교를 안 믿으면, 다들 죽어서 지옥에 간다면서,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 ‘자기네’ 종교를 믿으라고 성화를 부리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


현대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안 믿을’ 자유가 있는 것이다. 옛날에는 종교를 안 믿으면 죽였다. 이제는 종교에 대한 ‘비판’의 자유도 있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종교의 압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아직도 종교의 압력을 은근히 받고 있는 것이다.

모든 종교는 살인(殺人)을 금하고 있다. 그런데 중세기 때 서양에서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종교는 낙태를 반대하고 있다. 예수가 살아있었을 당시 세계 인구는 2억 명에 불과했다. 그 당시 인간평균수명은 29세였었다.

어린 아이들이 주로 박테리아로 죽었다. 지금은 어떤가? 73억 명이 살고 있다. 의학 발달로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80까지 늘어났다. 동물들은 살 땅을 잃어가고 있다. 공장이며 자동차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많이 쏟아져 나온다. 지구 기후가 올라간다. 바다 수면은 점점 높아진다.

낙태를 고의적으로 원하는 여자는 없다. 어떤 처녀는 파티에서 만난 남자하고 하룻밤 잤는데 임신이 되었다. 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서 낙태를 해야만 했었다. 어떤 여인은 너무 가난해서, 자기 먹을 것도 없는데 아이까지 먹여줄 돈이 없어서, 낙태를 했다.

어떤 여인은 건강이 좋지 않아서 낙태했다. 각 개인마다 다 사연이 있다. 종교가 낙태를 반대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종교가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하지 마”, 하고 낙태를 못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번에 배럿이 대법관이 되면, 지난 50여 년간 실행해온 낙태법이 없어질까 두렵다. 종교에서 낙태하지 말란다고 해서, 그 종교의 교리를 일반사람들에게 적용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낙태는 사회적인 문제이다. 더 이상 종교적인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나는 낙태를 찬성하지도 않는다. 동시에 반대하지도 않는다. 낙태 문제는 임신한 여자에게 맡기자는 것이다. 동성애자들도 자기네가 일부러 동성애자로서 태어난 게 아니다. 동성애자로 태어난 게 왜 이네들의 잘못이겠는가?

이분들한테도 결혼의 자유는 주어야 한다. 종교적인 이유로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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