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람에 산다

2020-10-27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크게 작게
제임스 마이크너 씨(James Michner)는 80세에 심장내 혈관 수술이라는 힘든 대수술을 받았다. 그는 이미 20대에 알래스카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술이 끝나자 곧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는 이미 80세의 고령이었으나 알래스카로 출발하였다.

영하 52도의 강추위 속에서 빙하를 연구하고 에스키모를 공부하고 연어산업을 연구하였다. 그리고 알래스카 연구의 권위지 ‘알래스카’를 출판하여 인류에 공헌 하였던 것이다. 연구와 노력에는 너무 늦었다는 나이는 없다. 하다가 중단되더라도 하고 싶다, 해야겠다는 생각과 결심이 서면 언제든 착수하는 것이다.

완료를 걱정할 건 없다. 중도에 하차할 수 밖에 없다 하더라도 하는 데까지 하는 결의가 필요하다. 그것이 보람에 사는 인생이다.


사람이 시간 속을 산다고 하지만 사실 몇 해 더 살고 덜 사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람차게 살면 시간이 귀중하고, 별 보람을 느끼지 못한 생애라면 허무할 수 밖에 없다. 마음이 편한 것을 안심이라고 하는데 안심은 경제적인 조건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본인의 정신적인 태도가 안심을 가지게 한다. 어떤 조건이 갖추어져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정신적 태도가 행복을 만드는 것이다.

죽음은 인간을 평준화 한다는 말을 흔히 한다. 그러나 최후의 순간에도 평준화 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이 보람이다. 내가 가졌던 생애가 보람찬 것이었느냐? 별 보람이 없는 것이었느냐에 따라 마지막 심판이 내려진다.

대체로 나만을 위한 것은 보람이 적었고, 남을 위한 것은 보람이 컸다. 생각이 자기와 자기의 가족의 범위를 넘지 못하는 것이 가장 보람이 작은 생애였다. 혼자 달려가지 말고 함께 달리는 즐거움을 터득해야 행복하다.

돈을 세는 눈동자는 허무한 눈동자이다. 사랑할 사람을 보는 눈동자가 살아있는 눈동자이다. 욕심을 채우는 주머니보다 정을 채우는 주머니가 가치 있는 주머니이다. 자기 광고를 하는 스피커는 허무한 방송이고 서로 격려하는 입술은 아름다운 달콤한 입술이다. 도움을 받는 손은 누추하고 도움을 주는 손은 아름답다.

예수는 “5리를 가자고 하는 사람에게 10리를 동행하라”고 하셨다. 배의 너그러운 마음 가짐을 권고하신 것이다.

고민을 즐긴다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사실 모든 성취는 고민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명곡이 나오는 것은 작곡가의 고민을 통해서다. 명화가 나오는 것은 미술가의 고민을 통해서이다. 놀라운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은 과학자의 피눈물 나는 노력과 고민을 통해서이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되는 것은 산모의 엄청난 고통을 통해서이다. 세상에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생산이 크면 클수록 고민도 크다. 땀 흘려 얻은 소득이 진짜 나의 기쁨이 된다.

행복은 무엇을 성취하여야 얻는 것이 아니라 성취하려는 노력의 과정 속에 얻는 것이다. 등산의 즐거움은 정상에 올라서 갖는 것이 아니라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의 힘겨운 과정 속에서 얻는 것이다. 인생의 결과에 턱걸이를 하고 버둥거릴 것이 아니라 도중을 즐겨야 한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