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이든이냐 트럼프냐

2020-10-21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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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치른 지난 전당대회를 보고 미국의 언론인인 아난드 기리하라다스는 말하기를 "We are locked in a cold civil war" 이라고 했다. 흡사 지난 세기 구소련과 미국이 긴 냉전을 치른 것처럼 미국이 지금 두 개의 나라로 쪼개져 냉전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두개로 분열된 미국은 서로를 미합중국의 실존을 위협하는 존재로 여긴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들만이 헌법정신에 새겨진 자유와 진리와 정의의 사도라고 생각한 나머지 서로간에 설득이나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TV화면을 통해 나타나는 ‘BLM(Black Lives Matter)’ 시위 등을 보면 그런 이유로 인해서 폭력적으로 흐르는 게 아닐까. 특히 중국의 문화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의 신냉전은 서로간에 도저히 포용할 수 없는 문화의 차이가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닐까.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1800년대에 접어들면서 순조로운 경제성장을 이뤄가기 시작했다. 그런 미국이 요즘 다시 남북전쟁 같은 거대한 암초를 만난 것처럼 냉전의 홍역을 심하게 앓고 있다.

오늘의 미국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남북전쟁의 역사를 잘 모르고서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남북전쟁은 영어로 'Civil War' 즉, 같은 나라에서 같은 국민 사이에 일어난 전쟁이라는 뜻이다. 1861년부터 1865년까지 진행된 미국의 남북전쟁에 대해 혹자는 한 권의 책 때문에 발발했다고 한다.

우리도 알고 있는 해리엇 스토우 부인이 쓴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Uncle Tom's Cabin)’이란 책에서 흑백갈등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북내전의 배경은 1861년 4월, 노예제를 지지하던 남부주들이 모여 자연스레 남부연합이 형성됐다. 미시시피 등 11개주는 흑인들의 노예 해방을 거부하며 ‘남부연합’ 이라는 분리된 독립국을 정식 결성하면서 남북내전이 촉발되었다.

링컨 대통령은 1862년 9월 안티텀에서 침입해온 남군을 막아낸 것을 계기로 노예해방을 선언했고, 4년간의 전쟁 끝에 결국 남부연합은 항복을 선언하면서 미국에서 노예 제도를 폐지했다. 그 결과 노예제는 마침내 인류 부도덕의 상징으로 미국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미국내 인종분규는 아직도 치열하게 진행중이다.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버지니아주가 1860년대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 총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리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했고, 노예제 존치를 주장하며 미국을 탈퇴해 남북전쟁을 일으켰던 남부연합 장군들의 이름을 딴 군사 기지들의 이름도 교체하는 중이다.

BLM 시위대는 노예 해방 기념일이던 올해 6월 19일 워싱턴 DC에서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장군이었던 앨버트 파이크의 동상을 밧줄로 묶어 끌어내렸다.


그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은 동상 보호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해 버렸다. 내용은 동상이나 기념물, 유적 또는 정부 소유 자산을 훼손ㆍ파손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최대한도에서 처벌받는다는 것이다. 양측간의 문화전쟁은 이와 같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분열 위기에 놓인 국가를 통일하고, 노예해방이라는 위업을 남긴 제16대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이제 올 2020년에는 누가 링컨의 위업을 이어받는 영웅이 될까? 흑인들의 생명이 중요하다고 외치면서 시위대를 두둔하는 조 바이든일까?

아니면 그 시위대는 파시스트 폭동이라고 외치는 트럼프일까? 트럼프 비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필적할 최악의 대통령은 남북전쟁을 막지 못한 제임스 뷰캐넌이라고 지적한다. 트럼프가 직면한 현재의 미국은 1864년 남북전쟁 당시 링컨 재선 당시 상황과 너무도 흡사해 이번 대선에 대한 분위기는 모든 한인 유권자들에게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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