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모사] 고(故) 이광량 회장님을 그리며

2025-11-12 (수) 07: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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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하다고 합니다. 저와 고(故) 이광량 회장님의 인연은 깊습니다. 공식적으로는 30년 전, 제가 탁구협회 임원으로 있을 때 회장님과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개인적인 인연도 있었습니다.

​어릴 적 진돗개를 키워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한번은 신문에서 진돗개 분양 광고를 보고 찾아갔다가 만난 분이 바로 이 회장님이셨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진돗개뿐만 아니라 풍산개 등 다양한 동물에 관심이 많으셨고, 최근에는 병아리 부화기를 구입하셔서 직접 관상 닭을 부화시키고 기르셨습니다.

​예쁜 관상 닭 사진을 찍어 보여주실 때의 모습은 천진난만한 어린이와 같았습니다. 참으로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었습니다.
​회장님의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일화가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관리하시는 상업용 건물의 부동산세가 과도하게 나와서 이의를 제기하셨고, 다행히 결과가 좋아 몇만 불을 환급받으셨습니다.


그런데 회장님은 이 환급받은 금액 전액을 테넌트들에게 돌려주셨습니다.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내년부터 낮은 금액을 적용하는 것만 해도 테넌트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최소한 변호사 비용이라도 남겨두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회장님의 대답은 짧고 단호하게 “됐어”였습니다. 테넌트가 운영하는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으시고, 테넌트의 빵집에서 빵을 사시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시는 등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셨던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이셨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많은 추모객들은 생전에 우리 회장님과 뉴욕 대한체육회를 통해 인연을 맺으신 분들로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생전에 우리 체육회의 회장 역할도 훌륭히 수행하셨으며, 다른 여러 원로 회장님들과 마찬가지로 임기 후에도 꾸준히 체육회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저는 이런 전직 원로 회장님들의 관심과 성원이 우리 뉴욕 대한체육회가 어느 지역 체육회보다도 더 굳건히 설 수 있는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故) 이광량 회장님께서 우리 체육회에 남기신 가장 큰 업적은 우리 체육회를 비영리 단체(Non-Profit Organization)로 등록하신 것입니다. 회장님께서는 임기 후에도 이 비영리 단체가 잘 유지되고 있는지 항상 확인하고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2년 전, 우리 뉴욕 대한체육회가 성공적으로 치러낸 전미 체전 역시 이 비영리 단체 자격이 잘 유지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이광량 회장님
세상의 모든 짐 내려놓으시고, 부디 평안히 영면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뉴욕탁구협회 송민용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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