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시간30분 진술거부 없이 조사…”대사 임명, 절차 따라 정상 진행”
▶ 두차례 尹 조사 마무리…조만간 ‘호주 도피’ 피의자들 재판행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16일(이하 한국시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수용된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첫 '옥중 조사'를 실시했다.
내란·김건희 특검팀을 포함한 '3특검' 중 구치소 방문조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과 교정본부에 따르면 특검 수사팀은 이날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전 대통령을 대면조사했다. 조사는 오후 1시 30분부터 6시까지 약 4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실제 조사는 3시간반가량 이뤄졌으며 윤 전 대통령 측은 한시간 동안 조서를 열람한 뒤 날인을 마쳤다.
특검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에게 이 전 장관을 호주로 도피시킨 혐의(범인도피·직권남용)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준비된 질문지는 약 60페이지 분량이며, 영상녹화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첫 조사에 이어 이번에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주로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을 했다.
변호인 측에 따르면 이날 윤 전 대통령은 "호주대사 임명 과정은 관련 법령과 외교·안보라인에서의 통상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법무부·외교부에 어떤 형태의 지시나 외압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피의자 신분이었던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가 해제된 의혹에 대해서도 "오히려 공수처가 적시에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출국금지만 장기간 유지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호주와의 전략적 협력 및 방산외교 일정에 중대한 차질이 있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특검 측에서는 호주 도피 의혹 수사를 전담하는 정현승 부장검사가 직접 조사를 맡고, 지원 검사와 수사관 각 1명이 배석했다.
조사는 구치소 내 공무상 접견실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주로 미결수에 대한 수사기관의 대면조사가 이뤄지는 장소라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수용번호가 찍힌 수의를 입고 조사를 받았으며, 채명성 변호사 등이 입회해 변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를 원칙으로 했으나 수사 기간, 변호인단 요청 등을 감안해 2차 조사는 구치소를 방문해 진행했다.
수사기관이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옥중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다섯번째다. 앞서 검찰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치소 방문조사에 나선 바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 뇌물수수와 다스 횡령 혐의로 구속된 이후 검찰의 대면조사를 줄곧 거부해 실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호주 도피 의혹은 지난해 3월 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던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사건이다.
출국금지 상태였던 이 전 장관은 대사 임명 나흘 만에 출금 조치가 해제됐고, 곧장 출국해 대사로 부임하다가 국내 여론이 악화하자 11일 만에 귀국했다.
특검팀은 그간 외교부·법무부·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을 조사해 이 전 장관의 대사 내정이 이례적이었으며 자격심사가 졸속으로 진행됐고, 귀국 명분용으로 의심받는 방산협력회의가 급히 기획된 정황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조사 없이 그간 진행된 조사 내용을 토대로 호주도피 의혹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해병특검 수사기한은 오는 28일까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