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韓 원유 수입 2위 미국…’트럼프 압박’ 대응도 고려
▶ 해외공관·코트라, 사우디·오만·카자흐스탄 등서 원유 확보 ‘총력’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원유 운반선 [삼성중공업 제공]
중동전쟁 장기화로 원유 수급 차질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와 정유업계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산 원유 도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유 수급 차질을 겪는 국가를 향해 미국 석유 구입을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한국이 미국산 원유 도입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이날 "중동산 원유 도입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국내 4대 정유사가 모두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물량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며 "대체 물량 중 가장 큰 비중이 미국산"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의 원유 수입에서 미국산 비중이 상당했는데,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과거 원유 수입에 있어 중동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였으나, 수입 다변화 정책을 펴면서 중동산 비중을 점차 낮추고 있다.
10년 전인 2016년 수입 물량 기준으로 86%에 달하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지난해 69.6%로 떨어졌다.
중동산이 비운 자리를 가장 크게 메운 것이 미국산 원유다.
한국의 원유 수입에서 미국산 비중은 2016년 0.21%에 불과했으나 2018년 5.3%로 오른 뒤 2019년 12.4%, 2023년 13.5%, 2024년 15.7%, 지난해 16.3%까지 올라왔다.
한국은 2015년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 해제 이후 셰일 오일·가스 생산·수출을 확대하자 중동 정세 불안 등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산 도입을 늘렸고,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적극적으로 미국산 도입을 확대했다.

한국석유공사 서산 비축기지 전경 [한국석유공사 제공]
정유업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대주주로 있는 에쓰오일의 중동산 도입 비중이 절대적인 가운데,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가 미국산 원유 확보를 위해 활발히 움직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에너지 역시 중동 위기에 따라 미국산 조달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대미 관세·통상 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에너지 도입 확대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무역 적자에 심각한 문제 의식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무역에서 큰 흑자를 보는 한국에 대해서도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며 관세 위협에 나서자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통해 무역수지 균형을 이뤄가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연설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중동산 원유·가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을 향해 "미국에서 석유를 구입하라"고 제안하면서 한국에도 미국산 도입 압박이 가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정부 및 업계는 재외 공관 상무관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무역관, 해외 지사 등을 통해 원유와 천연가스, 나프타 등의 대체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체 공급선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등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을 받지 않는 중동 국가와 미국, 카자흐스탄, 그리스, 알제리 등까지 다양하다.
이 가운데 원유 수입처로는 미국이 가장 주목받고 실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통상 당국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언급이 아니어도 정부와 업계는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 분야 영향이 6월 이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대비하고 있다"며 "미국산 도입을 포함해 다양한 에너지 대체 물량 확보를 위해 업계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