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윤형 방황

2020-10-20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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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산에서 조난 당한 사람이 구조되었다. 그런데 그의 고백에 의하면 매일 열 두 시간씩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알고 보니 같은 장소를 8킬로미터 안에서 빙글빙글 돌았다는 것이다.

사람은 눈을 가리고 똑바로 걷지 못한다. 20미터를 걸으면 약 4미터의 간격이 생기며 100미터를 걸으면 결국 원을 그리면서 돌게 된다. 이 현상을 윤형방황(輪形彷徨)이라고 한다.

눈 가리고 가급적 똑바로 걷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비결이 있다. 하나는 자기가 생각한 대로 과감한 보조로 성큼성큼 걷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약 30보를 걷고 잠깐 멈추었다가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30보를 걷는 방법이라고 한다.


인생에도 윤형방황이 있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눈 기리고 걷기와 같다. 소신대로 성큼성큼 전진하는 방법과 잠깐 쉬었다가 새로운 정신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영국 속담에 이런 재미있는 말이 있다. “하루가 행복 하려면 이발소에 가라. 1주일만 행복 하려면 결혼을 하라. 한 달쯤 행복 하려면 말을 사라. 일년을 행복하려면 집을 사라.

그러나 평생 행복 하려면 진실한 인간이 되라.” 물론 이 말은 유모어니까 그대로 믿을 것은 아니지만 이 유모어가 뜻하는 것은 분명하다. 행복의 조건은 다른 것에 있지 않고 자기의 마음가짐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표적인 마음가짐을 진실에 둔 것은 수긍이 간다.

진실하게 사는 사람에게 전진이 있다. 남 보기에 진실한 척, 겉 핥기에 급급한 사람, 형식과 외모만 갖추려는 인간, 그럴듯한 보고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 소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사람은 결국 남들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진실한 사람은 반드시 알려지며 언젠가 영예의 면류관이 씌워진다. 허무한 윤회방황의 인생을 살지 않으려면 진실을 추구하는 인생이 되어야 한다.

보석상을 하는 사람으로부터 ‘보석의 3대 C’라는 가치 기준을 들어본 적이 있다. 첫째 C는 커트(Cut), 둘째는 색깔(Color) 셋째는 순결도(Clarity)이다.

사람의 가치도 이것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모양을 따지는 것은 전 세계가 같다. 미인 대회에서는 얼굴 뿐 아니라 몸 전체의 모양을 본다. 피부의 색깔에도 많은 관심이 있다.

되도록 희게 보이려고 화장을 한다. 벡인들에게는 흑인과 황인족(黃人族)에 대한 차별을 분명히 한다. 그러나 순결도 곧 진실성 정직성 등은 어느 민족이나 모두 중요한 인간의 가치 기준으로 보고있다.


폭군의 대표자 아돌프 히틀러는 ‘국민의 4대 미덕’을 말하였다. 첫째 나라 사랑, 둘째 지도자를 향한 충성, 셋째 역경을 이기는 용기, 셋째 준법 정신이다.

히틀러는 이 네 가지 정신을 모두 독재자인 자기를 섬기라는 뜻으로 내세운 것이다. 좋은 말, 당연한 말이라도 누구가 주장 하느냐에 따라 그 뜻이 달라진다. 폭군이 말하면 폭정에 대한 강요를 뜻하는 것이고 정의로운 지도자가 말하면 정반대로 해석된다.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나 형식이다. 거짓은 짧고 진실은 길다. 진실은 강한 설득력을 가졌다. 웅변가의 연설보다 어머니의 한 말씀이 훨씬 설득력이 강하다. 왜냐하면 사랑의 진실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위인인 존 워너메이커는 “장사를 30년쯤 해 본 사람은 진실의 승리를 알 것이다.”고 하였다. 정말 성공적인 상업술은 말 재주에 달린 것이 아니라 진실성에 달렸다는 뜻이다.

진리 추구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진실 추구부터 시작하면 된다. 미국에 와서 살며 그들에게 배울 점은 합리주의(Rationalism)와 실용주의(Progmatism)이다.

한국인은 오랜 의식(儀式)주의가 몸에 배어 형식과 체면 차리는 것에 마음을 쓰는 경향이 있다. 좀더 합리적이 될 필요가 있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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