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의사의 사명

2020-10-19 (월) 설흥수/설흥수 신경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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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사명이라는 거창한 말씀 이전에 의사라는 한 인간으로써, 무엇을 기본적으로 행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하지 않은 가 생각한다.

불교에서는 좋은 행실, 자비 (good carma), 기독교에서는 사랑, 유교에서는 군자의 덕목을 인간이 해야 할 기본으로 지침하고 있다.

본인은 뉴욕에서 신경내과 전문의로써 지난 37년간 뉴욕을 비롯하여 흔치 않지만 텍사스, 시애틀, 플로리다, 메릴랜드, 보스턴 등지에서 온 어려운 환자들을 돌보아 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료봉사이나 의료과실의 책임이 따를 수 있는 자발적인 봉사인 비행기 여행(대한항공, Jet Blue, United Airline) 중 의사의 도움이 필요 하는 안내방송이 있으면 그 순간 귀찮다는 생각이 스쳐가지만 곧바로 손을 들고 안내인과 함께 환자 곁으로 간 일이 기억난다.

비행기에 실려 있는 간단한 의료기기를 이용하여 제한된 상황에서 진찰하고 진단, 치료방향을 제시하고 처치하여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켜 안심시킨다. 어떤 심한 경우에는 심장 이상, 뇌의 기능이상(뇌졸중) 이 의심되는 환자는 다음 공항에서 그를 내리게 하여 치료시킨 적도 있다.

미국생활 45년에 이런 상황이 내 기억으로 다섯 번이 되는데 비행기내 응급치료 이후 비행기 회사 당국으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기도 하고 대한항공에서는 모포를 선물받기도 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실제로 순간적으로 사람을 살린 것은 (물론 내 의사 사무실이 병원의 환자 생명을 구한 적은 많이 있으나) 하임릭크 처치(Heimlich maneuver)를 시행하여 숨이 넘어가는 사람을 구한 것이 세 명이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데 첫 번째 극적인 경우는 뉴욕에서 두 번째 레지던트 수련을 받고 있던 1982년 가을, 병원에서 어느 젊은 간호사가 빵을 먹으면서 나에게 환자에 대한 보고를 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숨을 못 쉰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것이었다.

나는 즉각적으로 이것이 음식의 기도 막힘(Chocking) 이라 생각하고 그녀의 상체를 앞으로 굽히고 두 팔을 모아서 힘껏 배를 앞에서 뒤로 두세 번 밀자 다행히 숨을 쉬기 시작하면서 얼굴 색깔이 정상으로 되돌아 왔다.

모든 경과는 불과 1~2분 정도였고 만일 3~4분 이상 지체하면 뇌의 기능을 잃게 되며 식물인간이 되거나 죽게 되는데 나는 이 백인 간호사를 살린 것이었다.


나 역시 감격했지만 그 간호사는 너무 감격해서 “네가 네 생명을 구한 진정한 영웅” 이라고 칭송했다. 그 후에도 여러 의사들과 간호사들 앞에서 나를 칭찬해 준 기억이 있다. 나머지 두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본인은 이와 같은 경우를 대비하여 늘 숙지하고 있다. 이러한 위급상황 외에도 길이나 주위에서 갑작스런 응급 사태가 발생하면 주저하지 않고 의사로써, 한 인간으로써 도움을 줄 마음의 자세를 지니고 있다.

제목처럼 의사의 사명은 하느님이 주신 고귀한 생명을 잘 지키게 도와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설흥수/설흥수 신경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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