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의 다른 선진국들을 제치고 정보통신 분야에서 가장 앞서 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간편하고 신속하게 컴퓨터에 입력할 수 있는 한글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열 네 개의 자음과 열 개의 모음으로 이루어진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서 글자를 만들기 때문에 세계의 다른 어느 문자보다도 컴퓨터에 쉽게 입력할 수 있다.
중국의 한자를 예로 들어보자. 수천, 수만 개의 뜻 글자로 구성되어 있는 중국어를 50개 미만의 키보드로 직접 입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문을 컴퓨터에 입력하기 위하여서는 먼저 영문 키보드로 비슷한 소리의 글자를 컴퓨터에 입력한 후 같은 음을 가진 여러 글자들을 불러내어 그 중에서 해당되는 것을 골라 입력하는 수 밖에 없다. 글자 하나를 입력하는데 한글은 키보드를 두세 개만 누르면 되지만 한문은 10번 이상 키보드를 두드려야 한다.
컴퓨터 입력이 불편하기는 일본어도 마찬가지이다. 한자의 쪽을 떼어 만든 일본글 가나는 표음문자이기는 하지만 한글처럼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섯 개의 모음과 열 개의 자음을 이용하여 글자 하나 하나를 다르게 만든 50개의 문자로 되어있다.
게다가 영어의 대소문자처럼 ‘히라가나’와 ‘가다가나’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일본 글을 입력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0개의 키보드와 한 개의 전환키가 필요하다. 또한 한자어를 많이 사용하는 일본어의 특성상 중간 중간 한문 글자까지 입력해야 하므로 한글에 비해 입력이 매우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이에 비하면 24개의 자모로 구성된 한글은 스물 네 개의 자판과 전환키 하나만 있으면 손쉽게 컴퓨터에 입력할 수 있다.
국민 개개인이 정보를 입출력 하는데 드는 시간이 절약된다면 개인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한글은 실용적인 우수성 뿐 아니라 글자의 디자인과 미적인 감각도 뛰어난 아름다운 문자이다.
한글은 한 개의 글자가 차지하는 공간이 일정하므로 주어진 공간에 문자를 배열 하는데에도 매우 편리할 뿐 아니라 직선과 원으로 구성되어있어 기하학적인 아름다움까지 지니고 있다.
한글은 같은 글자를 여러가지 다른 소리로 발음하는 다른 문자에 비해 글자 하나가 한 가지 소리밖에 내지 않으므로 단순하면서도 논리적이다. 한글은 우리말을 정확히 표현할 뿐 아니라 다른 나라 말과 여러가지 자연의 소리 까지도 비교적 원음에 가깝게 기록할 수 있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한 후 훈민정음(訓民正音)을 반포하여 한글창제의 의의와 원리를 백성들에게 설명하였다. 세계의 거의 모든 문자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된 것인데 비하여 한글은 위대한 군왕과 몇몇 학자들에 의하여 의도적으로 연구되고 고안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한글이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는 한자나 이두를 사용하여 불편하게 컴퓨터에 글자를 입력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570여년 전에 이미 정보통신 마인드를 갖고 계셨던 세종대왕님의 혜안에 다시금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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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호/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