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와 테드 루즈벨트

2020-10-07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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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평화를 중재한 공을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지명되었다. 이를 보면 러.일전쟁의 종전을 중재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테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과도 흡사한 점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제33대 뉴욕 주지사를 거쳐 42세에 미국의 제27대 대통령이 된 루즈벨트는 맨하탄 고속도로 FDR의 주인공인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즈벨트의 삼촌이기도 하다. 사우스다코다주의 러시모어 산에 새겨진 미 대통령 4명의 얼굴 중 한명인 그는 맨하탄 자연사박물관에 있는 자신의 동상이 얼마전 80년 만에 철거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1940년 조각가 제임스 프레이저가 박물관에 기증한 이 동상이 흑인 남성과 아메리카 원주민 남성 1명의 부축을 받으며 말 위에 높이 탄 루즈벨트의 모습을 형상화해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을 상징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얼마전 경찰에 의해 목이 짓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불러온 파장의 결과이기도 하다.


1900년 윌리엄 맥킨리 대통령이 당선된 지 얼마후 암살되자 42세의 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되었다. 팔팔한 혈기의 그는 두려움 없는 군인출신이자 헌신적인 개혁가이다 보니 남북전쟁을 치른 후 벌어지던 미국의 급격한 사회 갈등에 철퇴를 가할 수 있었다.

그 당시 미국인들과 새로운 이민자들간의 갈등은 극한으로 고조되고 있었다. 산업화는 미 자본주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미국 민주주의 체제를 해체하려는 무정부주의자들의 도전을 불러왔다.

루즈벨트는 “부패한 정치가는 물론, 부패한 대기업에는 사정의 칼날이 필요하다”고 선언하고, 당시 미 최대의 철도 회사인 북부증권회사와 그 소유주인 JP 모건을 반독점법을 활용해 여러 개로 분리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미국인 위에 군림하는 세력이나 산업자본가들을 비난하듯, 루즈벨트 대통령도 남북전쟁 이후 정부 위에 독점자본으로 군림해온 모건의 행태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무정부주의자들의 준동을 막기 위해 재벌그룹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19세기 말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부작용과 반작용은 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게 되었고, 이를 막기 위해 대통령은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권한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현재 전국 각 대도시에서 벌어지는 BLM 무정부상태에 대해 과감하게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그는 지금 중대한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중이다. 트럼프는 재임기간중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통령이었다.

그는 미국과 미국인 우선주의로 세계 여러 나라와 이민자들로부터 반발을 많이 불러 일으켰다. 항간에서는 그가 루즈벨트 대통령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얘기들을 한다. 과연 그럴까?


20세기 초, 산업화를 겪고 있던 미국 및 유럽 모든 국가들은 계급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당시는 전세계가 무정부주의, 사회공산주의 폭도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늘과 같은 혼란 속에서 과연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루즈벨트 대통령은 당시 탐욕의 심볼이던 재벌그룹 세력을 해체하여 미국에 불만세력이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해서 그 인기로 1904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도 그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을지…

그때도 지금처럼 인종갈등을 이유로 벌어진 브라운즈빌 폭동이 있었다. 루즈벨트는 그 사건에 연루된 자들에게 엄한 벌을 내렸고, 지역 공무원에 대한 파면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하면서 폭동을 다스려 나갔다.

과연 트럼프도 조속한 시일내 회복돼 소상인들이 불안감 없이 편안하게 장사할 수 있도록 강경책을 펼칠 수 있을까. 그의 감염 결과에 모든 미국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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