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끊긴 뱃길

2020-10-05 (월) 신동인/시인
크게 작게
붉게 물든 넓은 가을 하늘에
빈 배를 띄운다

정든 식구 친구들 기다리는
그곳에 닿으려고

벌초 하려 낫을 들고
성묘길에 나서는 불효자


세차게 몰아치는 검은 비바람
뱃길을 막는다

길 끊기고 끊기어
검은 머리로 고향 떠나 백발이 된

망연한 여행자 이방에 객이 되어
또 한해를 더하며

가슴치며 내년에도 배를 띄우리라
기약없는 다짐한다

<신동인/시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