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탁새 부부

2020-09-22 (화) 심요한/ 퀸즈 서니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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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집 환풍구에는 수년 전부터 새카만 탁새 부부가 살고 있다.

부부 사이 금슬이 얼마나 좋은 지 주둥이가 노란 새끼를 여럿 두더라. 오며가며 흐뭇하게 보고 있었는데 하루는 첫 새벽부터 탁새 부부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에 나가보니 말썽꾸러기 막내새끼가 둥지에서 떨어져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더라.

어찌할 줄 모르는 탁새 부부는 동네방네를 저공비행하며 탁탁거리더라. 측은히 생각한 내가 거두어 건사하니 못미더워 내 주위를 돌며 탁탁거리더라.

많은 새끼 중에 말썽쟁이 막내 놈 포기할 만 한데 그렇지 아니 하니 날아다니는 작은 생물이라도 배울 점이 많다 하는 생각이 든다.

<심요한/ 퀸즈 서니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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