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11로 만난 동생

2020-09-15 (화) 김민정/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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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11일 맨하탄 쌍둥이 빌딩이 무너질 때였다. 볼 일 때문에 잠시 한국에 갔다가 KAl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비행기는 언제나 그랬듯이 앵커리지에 들러 가야하는데 거부를 하자 기장은 당황하며 비상등을 켜자 하늘에서 경비를 보던 비행기가 테러범인지 알고 폭파 시키려다가 한국 비행기임을 알고 캐나다 지구본 맨꼭대기 유콘에다 데려다 놓았다.

그 때까지도 기내에 있는 사람들은 영문을 모르고 하라는 대로 기다리다가 앞좌석부터 차례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사람들 말로는 남자들은 팔을 머리에 얹고 내리면서 여권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9월인데도 날씨는 몹시 추웠는데 알고 보니 알래스카 가까운 마을이었다. 그리곤 우린 4구역으로 나눠 호텔로 안내를 받고서야 쌍둥이 빌딩이 폭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삼일을 억류 되면서 알게 된 여인이 재일동포였다.

그 후 우린 언니, 동생으로 삼고 자주 연락을 하다가 일본을 방문 하게 되었다. 2004년 4월 한국에서 나리타공항에 내리자 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당시 일본은 초급행 열차가 있어 기차를 타고 두시간을 걸려 우에노에 도착했다.

우에노 지역은 일본인들이 한국의 유명한 도예공들을 데려다 놓은 곳으로 제2차대전때 그들은 이미 알고 그 지역만 원자폭탄을 터트리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마치 내 고향에 간 듯 감개무량 한게 어릴 때 내가 살았던 신당동 지역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동생은 내가 부탁한대로 백년이 넘은 여관집을 안내했고 닷새동안 여관에서 지내면서 마치 내 어릴 적 기억으로 돌아간 듯 착각한 게 여관집 공동 목욕탕안에서 엄마와 어린딸이 노래를 부르는데 마치 내 어머니가 목욕탕에서 불러주던 이찌니, 산시, 조록꼬 하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이튿 날 아침을 먹고 경성상야 역 근처 광장을 가니 사람들이 아침운동을 하는데 학창시절 아침 조회시간에 국민체조를 했던 그대로 맨손 체조를 해서 한 종목도 틀리지 않고 신나게 운동을 했다. 우에노 지역에 지내면서 특이한 점은 새벽부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것이었고, 곳곳에 신당 앞에는 야시장이 있어 간단한 점심, 저녁을 얼마든지 싸게 해결 할 수 있었다.

신기한 것은 밤에는 노숙자들이 우에노 공원이나 신당 근처에서 노숙을 하는데 일본정부는 아파트까지 마련해 주었다는데 거부하고 노숙만 원하는 것은 야시장에서 팔다 남은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정/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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