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투 온라인 스쿨

2020-09-02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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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신분석학자 에릭 에릭슨은 아이들에 대한 ‘성격발달(personality development)’ 이론을 창시했다. 에릭슨은 인간의 발달을 8단계로 나누고 단계별로 극복해야 할 심리사회적 위기와 목표를 제시했다.

발달 심리학은 출생부터 사망까지 일생 동안의 정신과정과 행동상의 변화를 다루는데, 각 단계에 적절한 대응과 훈련이 없다보면 마치 이가 빠진 아이처럼 정서발달 미숙아가 되는 법. 에릭슨은 생산성을 성숙한 나이에 발생하는 후손을 만들고 이끌려는 욕구로 정의 내린다.

에릭슨이 밝힌 성격 발달 8단계중 청소년에게 해당하는 3~5단계가 ‘Back to 온라인 School’을 겪는 한인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한번 살펴본다.
3단계인 ‘주도성 대 죄책감’ 단계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탐구하고 해내기를 좋아하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새로운 개념을 배우고 실생활에서 여려 교훈을 깨우치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하지만 타인의 도움을 구하게 되면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4단계인 ‘근면성 대 열등감’을 통과중인 아이들은 이 단계에서 경쟁심에 눈을 뜨면서 또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자기도 하고 싶어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극복하면서 열등감을 이겨내는 것이다.

5단계 ‘자아 정체성 대 역할 혼란’에서 사춘기 자녀들은 자아 정체성을 찾게 된다. 이때 학교 생활에서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정체성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 성장통을 학교라는 비교적 안전한 울타리 내에서 또래들과 나누면서 이겨내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코로나 사태로 사회성을 제대로 체험하지 못하고 모두 집안에서 뒹굴고 있던 상황이다. 이번 9월에도 제대로 된 학교생활을 못하고,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중 하나, 혹은 10명 미만의 학생들이 두 가지를 혼합해 수업을 받게 된다고 한다.

아이들은 하루가 멀게 부쩍 큰다는 말처럼, 성장기 아이들의 하루하루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지금 아이들은 벌써 반년이 다 되도록 친구들과 거리가 먼 생활들을 해왔으니 부모들의 마음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사회성은 그때그때 사회적 기준에 맞춰 행동하고 주위 사람들과 어울려 원만하게 지내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요새 청소년들은 위축된 성격으로 수동적이고, 낮은 자아 존중감, 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안그래도 코로나사태로 청소년들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스마트폰으로 인한 중독이 더욱 문제시되고 있다.

집에 있는 아이들을 부모가 과잉보호하게 되면 자녀들의 성격이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집안에만 있어 외톨이나 집단 따돌림과 같은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자녀가 학교에서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익혀야 할 사회적 기술은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 시대의 부모들은 막상 제대로 된 자녀교육을 하고 싶어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른다. 그것이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좋은 의도는 지옥으로 안내하는 길’이라는 미국 속담처럼, 교육의 비전문가인 부모들이 아이들의 행동을 지도하다 보면 생각지 않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아이들의 사회성을 보충시켜 주기 위한 교사들의 노력과 헌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아이의 나이와 상관없이 성장단계와 발달 수준을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 백투 스쿨을 맞이하는 한인 부모들이 코리안 교육열을 또 다른 차원으로 승화시킨다면 바람직하지 않을까.

언젠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인 부모들의 교육열을 극찬했다. 코로나 시대에도 한국인 부모들의 교육열이 전세계 학부모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다함께 힘을 모은다면 좋은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지 않을까.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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