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울이 세종으로

2020-09-02 (수) 조성내 / 수필가·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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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청와대가 있고
세종에 국무총리실
한 나라에 수도가 둘이라
두 개면 좋지 않다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부푼 풍선처럼
서울은 포화(飽和)돼 있다
건물을 지을 땅도 없거니와
살 집은 언제나 부족하다
서울시민들은 하늘을 쳐다보고
아우성이다
아우성은 비가 되고
흐르는 눈물은 고통이다
서울 수도를 세종으로 옮긴다는
말이 있으니(2020/7)
두 머리가 하나로 되고 인구는
분포될 것이다
청와대며 국회의사당이 있기에
북한은 세종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할 것이다
서울은 오히려 안전해지고
세종은 북한의 원자탄이 날라 와도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다
경주는 신라의 수도
개성은 고려의 수도
서울은 이조의 수도
대한민국도 이제 자기 수도를 가질
때가 되었다
브라질의 수도 부라질리어나 터키의
수도 앙카라도
인구를 분포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
조지 워싱턴도 자기 집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가깝게 가기 위해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옮겼다
브라질의 리오데 자네이로나
터키의 이스탄불
그리고 뉴욕처럼
청와대가 없어도 서울은
한국을 상징하는 거대한 도시
오히려 건전하게 번성해갈 것이다

<조성내 / 수필가·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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