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기

2020-08-21 (금)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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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변화에 민감하다. 몸도 마음도 생각도. 이런 상황을 살펴보면 한순간도 머물러 있는 것이 없다. 항상함이 없다 하여 무상(無常) 이라 했다. ‘무엇을 살았다 할까?’ 라는 근본적인 생각은 깊은 사고의 늪에 이르게 한다.

현실을 직시하는 우리 삶의 일상이 잠시 흔들린다. 희로애락의 느낌이 삶을 앞으로 내딛게 하기에 어디에 충실 할 수 있는지 나름대로 기준이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나와 이웃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상을 살아간다면 된다.

그런데 그 날마다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 9 to 5의 사무실 근무는 재택근무. 이미 재택근무에 익숙한 이들은 도시를 떠나 아니 생활비가 저렴한 나라를 찾아 떠난다고 한다.

최첨단의 시스템으로 최고의 디자인과 예술적 감각을 뽐내며 장식했던 사무실이 텅텅 비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단다. 변화에 적응해가며 새로운 문화를 싹트게 한다. 만남을 절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착용. 처음 불편함으로 다가왔던 현상이 일상이 되어가는 요즈음이다.


살아있는 한 늘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 황혼의 삶에 많은 정보와 배움을 줬던 뉴욕상록회. COVID Pan demic으로 뉴욕시 노인국은 상록회의 모든 활동을 중단하게 했다. 상록회는 상황적응을 위해 Zoom 강의를 시도했다.

컴퓨터 강사의 도움으로 회원들이 Zoom 강의 받을 수 있는 역량을 습득했다. 화상통화 정도 알았던 이들에게 강의를 듣고 직접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했다 . 컴퓨터. 스마트폰, 음악, 악기. 라인댄스, 근력운동. 국악, 사진, 요가 등 모든 것이 가능하다. Zoom 강의나 미팅은 이제 낯설지 않다. 머지않아 일반화가 될 것이다.

비가 내리는 오후. 빗소리의 청량함이 마음을 맑힌다. 변화와 적응을 바라보는 느낌 그너머의 상념이 파고든다.
‘일체유심조’ 라는 말씀. 모든 게 마음의 일이므로… 자신을 다스리는데 역활을 했다. 어느 날 육조혜능대사 출가 동기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 는 말씀에 꽂혔다. 스스로 그렇다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매우 부끄럽다.

3,000여 년전 인간의 마음을 이렇듯 과학적이며 명확하고 섬세하게 분석한 지혜.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낸다’는 것은 집착 할 것 없이 맑고 순수 할 때, 현자나 성자의 위치에서 비로소 가능하리라.

오래전 일이 마음에 머물고 있음을 본다. 선명하게 스치는 이의 눈빛이다. 가슴뭉클 하게 하는 감동이 동반한다. 정성 다한 마음이 전해오는 이다. 그 눈빛은 늘 내 마음에 훈훈하게 살아있다. 터무니없는 칭찬, 아니면 나와 상관 없는 이의 음해성 얘기도 내마음에 남아 있다.

스스로 명상하고 참선도 하면서 나름 텅빈 마음이라 자부했었는데. 빗소리가 원인이다. 마음 밑바닥까지 훑어보는 세세한 마음의 흔적을 적나라하게 떠오른다. 다행이다.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머무는 바 없이 마음 내는 것’ 천둥보다 큰소리다. 지금을 백퍼센트 살아가는 진취성과 적극성 그리고 자신의 전부를 쏟아놓을 수 있는 힘이 거기에 있다.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멋진 실천목록이다.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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