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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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간 동작중지’

2020-08-17 (월) 김창만 / 목사 · 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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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해군에 ‘3분간 전원 동작 중지(3 Minutes All Still)’라는 규정이 있다. 작전 중인 군함이나 잠수함 내부에 원인을 잘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함장은 즉시 ‘3분간 동작중지’ 명령을 내린다. 3분 동안은 모든 엔진의 가동중지는 물론 승무원 한 사람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침묵규정이다. 신기하게도 ‘3분간 동작중지’를 통하여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많다.(조셉 나이의 ‘The Powers To Lead’ 중에서)

시라쿠즈의 왕 하이로의 수하 중에 아르키메데스라는 총명한 신하가 있었다. 하루는 왕이 쓰고 있는 새 왕관을 보더니만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것이 아닌가. 왕이 물었다. “아르키메데스, 왜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가.” “왕이시여, 왕관의 색깔이 많이 밝아 보입니다. 불순물이 섞인 것 같습니다.” 아르키메데스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대가 진실을 밝혀내어라.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면 엄한 벌을 내리겠다. 단, 왕관에는 어떤 흠집도 내어서는 안 된다.” 왕의 말은 추상같이 준엄했다.

아르키메데스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연구를 거듭했으나 답을 찾지 못했다. 어느 날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지친 몸을 좀 쉬려고 욕조에 들어갔다. 욕조에 몸을 담그는 순간 그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의 몸의 부피만큼 욕조안의 물이 밖으로 흘러넘치는 것이 아닌가. 아르키메데스는 종일 욕조 안에 머물렀다. 남이 볼 땐 게으름뱅이처럼 보였다. 아르키메데스는 욕조의 물이 넘치는 관찰을 통해서 왕관 안에 상당량의 은이 섞였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위대한 발견이나 통찰은 연구실에서만 얻는 것이 아니다. 의식이 이완되는 욕조 안에서, 혹은 무념무상의 일탈의 시간을 가질 때 섬광처럼 창의적 통찰이 솟아날 때가 많다.

예수의 삶을 보라. ‘3분의 동작중지’의 순간이 그분의 삶속에 자연스럽게 배어있다. 아무리 분주해도 예수는 세상의 소란과 세속에 묶이지 않았다. 예수는 수시로 군중을 등지고 홀로 산과 들로 나갔다.

거기서 은밀한 묵상과 안식의 시간을 가졌다. 하나님의 신비한 에너지는 예수의 ‘동작중지’의 시간을 통하여 흘러넘쳤다. 사막의 교부 성 안토니우스는 말했다. “나무에 불이 붙으려면 먼저 나무가 건조해져야 한다. 묵상 기도는 영혼을 건조시키는 작업이다.”

<김창만 / 목사 · 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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