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주도 귤의 비밀’

2019-08-21 (수)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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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칼럼

“제주도의 귤도 북제주보다는 남쪽에 있는 서귀포의 귤이 더 당도가 높고, 서귀포 중에서도 남원 지역의 귤이 더 당도가 높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귤이라도 윗가지에 달린 귤이 아래가지에 달린 귤보다 더 당도가 높고 맛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햇볕을 쬘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귤 하나도 햇볕을 자기 것으로 만든 노력의 시간이 어느 정도였느냐에 따라 당도와 맛이 달라지는데, 하물며우리 인간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정호승의“ 시간이 바쁠 때 더 많은 일을 한다” 중에서 -
거리와 공간이 인간관계와 사회적 행동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자연의 시원이 확 트인 병실에 머무는 환자는 치유가 빠르다. 중앙 공간에 넓은 거실이 자리 잡은 집에 사는 식구는 대화가 충만하고 화목하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는‘ 공간과 거리 감각’이 항시 고려되고 검증되어야 한다. 부부나 가족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항시 12피트 이상 떨어져 지낸다면 그 가족 관계는 건강하지 못하다. 부부 혹은 가족 관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거리를 “친밀한 거리(intimate distance)"라고 한다. 그 거리가 약 6-18인치 이내일 때 진정한 가족 관계는 이루어진다.

제주도 귤도 햇볕과 가까운 거리에 매달린 것이 더 당도가 높듯이, 가족 혹은 이웃과의 관계도 서로 가까이 접근한 관계일수록 행복하다. 신앙생활의 깊이도 마찬가지다. 말씀묵상과 순종을 통해 이루어지는 하나님과 나와의 친밀한 거리가 신앙의 깊이를 좌우한다.

파스칼이 두 번째 회심 때 일기에 적은 글이다.“ 내가 믿는 하나님은 철학자와 학자의 하나님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시다.” 파스칼도 그에게 임하는 압도적인 하나님의 임재를 부자지간의 친밀한 거리로 표현했다. 마음이 머무는 거리와 공간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진다.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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