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여행

2019-08-06 (화) 정강 밀러/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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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여름방학이 되면 ‘고향(hometown)’에 다녀오는 친구들을 많이 본다. 이민자 2, 3세인 친구들은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의 나라를 방문하는 것이고, 이민자 1세인 친구들은 부모님이나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예전에는 ‘집으로 간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방문한다’ 또 ‘여행을 간다’는 표현을 더 많이 듣게 된다. 나도 언제부터인가 한국을 방문하는 여행자가 되었다.
여행이란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이다. 여행자로서 한국 방문 때는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정한다. 이제는 뉴욕이 나의 ‘고향’이 된 것이다.

한국에 가면 예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것들이 이제는 꼭 가보고, 해보아야 할 것들로 되어버렸다. 올해 여름에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시티투어버스’도 타보았다. 정말 관광객이 되어 버린 것이다.


집, 고향, 가족, 친구와 같은 단어들은 내가 태어나고 인생의 반을 보낸 한국을 떠올리게 했고 그곳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에도 찾을 수가 있다.

오랜동안 먼 곳에서 바라고 기대했던 것들을 나의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곳이 나의 고향이고, 가족이 있고, 동고동락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
얼마 전에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책의 작가에 의하면 사람들은 특별한 목표를 가지고 여행을 떠나지만, 처음의 계획과는 다른 뜻밖의 경험들을 얻게 되는 게 여행이라고 했다.

나 또한 이번 한국 여행에서 계획대로 목표를 다 이루지는 못했지만 뜻밖의 많은 경험을 했다.

뉴욕으로 돌아오기 전날에 아버지께서 긴히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하셨다. 매번 하시는 말씀이라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예상치 못한 말씀이셨다. “화장실에 있는 물건들을 깨끗이 치우고 가라”고 하셨다.

내가 쓰고 남은 물건들 때문에 화장실이 복잡해져서 불편하셨다고. 예전에는 다음에 올 때 쓸 수 있게 물건들을 그 자리에 두고 가라고 하셨는데. 정말 손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번에 고향을 다녀 온 일은 정말 다른 뜻밖의 경험들을 얻게 된 한국 여행이었다.

<정강 밀러/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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