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난을 훔친 도둑이 …

2019-06-27 (목) 최정자/펜클럽 미동부지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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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이란 가수는 작곡가요. 프로듀서요. 연예기획자요. 세 아이 아버지요. 남편이다. 돈을 많이 번다기보다 돈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강연 요청이 오면 거절한단다. 그것도 7년째 거절이다. 강연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매일 바뀌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항상 의심하기 때문에, 자신의 말에 자신이 책임질 수 없기 때문에’ 라고 말했다.

한 음악 프로에서 한 젊은이를 보았다. 그는 재치 있었고, 분명했었고, 날카롭고 뛰어난 말솜씨, 그의 어록을 찾아 인터넷 구석구석을 뒤지기도 했었다. 못생긴 얼굴이 잘 생겨 보였다. 나는 그의 팬이었다. 헌데 아니다.

그가 최근 뉴스에 오르락내리락 했다. 지방에 내려가 1시간 반 혹은 2시간 강의하고 1,300만원 혹은 1,550만원, 2,70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주는 사람들도 이상하고 받는 사람도 이상하다. 모두 그렇다 해도 그 친구만은 세상 허황한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죽어라고 글 쓰고 학문을 연구한 사람들이 받는 강연료, 원고료는 과연 얼마인가?

어쩌다 본 예능프로에 곱살하게 생긴, 음악그룹의 리더이며 노래를 담당한다는 친구가 출연했다. 그는 지하실에서 살았다. 방 한쪽 구석에는 곰팡이가 슬었다. 저녁에는 건물 공중 화장실에서 냉수샤워를 했고, 아침에 헬스장 샤워 실에서 겨우 따뜻한 물로 몸을 씻었다. 나도 쓰는 스마트 폰 시대에 그는 2G폰을 썼다. 불쌍했다.


그 가난하고 불쌍한 음악가 친구가 성악을 과외 하고, 5만 원짜리 샴푸를 쓰고, 건강식만 골라먹고, 아버지가 천 억대 사업가고, 그 천억 대 아버지 사업에 주주이고, 사람들이 그를 가난을 훔친 자라 했다.

30 몇 년 전 모든 것이 거짓인 아저씨의 이야기가 있다. 그 아저씨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저씨는 서울에 살고 아저씨의 아버지는 큰 길에서 한 참을 들어가는 시골집에서 살았다. 아저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그는 자기 아버지 집으로 먼저 가지 않았다. 관할군청사무실로 먼저 갔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내려왔는데 군수님께서 아셔야 할 일이 있어 먼저 들렸습니다.” “무슨 말씀을…?”
“도지사님께서 저의 아버님 문상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아셔야 할 것 같아서......,” 소식을 전한 아저씨는 황황히 군청을 떠났다. 군청엔 비상이 걸렸다. 군수의 관할에 도지사가 온다면 군수가 가만있을 수 없지, 군수는 즉시 수소문했다. 상갓집을 찾아냈다. 상갓집에는 ㅇㅇㅇㅇ도지사 이름의 커다란 조화가 벌써 와 있었다.

겨우 한사람 지나다니는 논두렁 밭두렁 길, 시골 오지의 상갓집은 장지까지 하룻만에 길이 닦여 넓혀졌다. 새로 생긴 넓은 길로 상여행렬은 잘도 갔지만 도지사를 본 사람은 없다.

가난을 훔친 음악가 친구는 노래가사도 쓴다. 그가 책읽기를 즐겼는데 책은 시집이다. 시집을 읽는 가난을 훔친 도둑, 시는 훔치지 않았을까?

<최정자/펜클럽 미동부지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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