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치도록, 취하도록, 죽도록

2019-06-21 (금) 테드 리 / 맨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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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미친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종교에 미칠 수도 있고, 예술에 미칠 수도 있고, 아니면 돈이나 명예나 권력에 미칠 수도 있다. 돈, 명예, 권력 있는 자들은 남 보기에 좋아보일지 몰라도 남의 시기와 증오의 대상이 된다. 그 뿐인가. 갖고 있는 돈, 명예, 권력을 남한테 빼앗기고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인 것을 알 수 있다.

예술에 미치는 것은 삶 그 자체보다 그 그림자를 좇는 일이다. 마치 사물이 그 그림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진품보다 모조품을 애지중지하는 것과 같다. 눈에 보이는 사람도 사랑하지 못하면서 눈에 안 보이는 신을 사랑한다는 것도 그렇고, 자기 자신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이웃을 참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사랑을 하며 사는 삶 그 자체에 미쳐보는 것 이상 숭고한 삶은 없다. 열심히 살아보는 것이 정답이다. 열심히 산다 해도 고역 치르듯 사는 것은 정말 삶의 기쁨을 모르고 헛사는 것이다. 고생(苦生)이 아닌 낙생(樂生)을 살아야 한다. 자는 것, 먹는 것, 일하는 것, 숨 쉬는 것, 일거수일투족, 일거일동, 모든 것이 가슴 뛰는 대로 설레고 뿌듯하고 황홀한 삶을 스스로 살아야 한다. 미치도록 취하도록 죽도록 사는 삶 가장 잘 산 삶일 것이다.

<테드 리 / 맨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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