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잘 보내고 잘 받기

2019-06-07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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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한국으로 우편물을 보냈는데 이 우편물이 북한으로 갔다가 도로 미국으로 온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5월초,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한국전 참전유공자인 박모씨와 김모씨가 ‘국외거주 참전유공자 신상신고서’를 작성하여 대한민국 보훈처 수신으로 등기우편을 보냈는데도 불구, 북한을 거쳐 20여일 만에 되돌아온 일이 발생했다.

이를 접수한 리버사이드 매그놀리아 우체국 직원이 수신국가를 인쇄로 적으면서 ‘KOREA'(North), Democratic Peoples' 로 표기를 한 것이다. 이를 수신한 북한 우정당국이 이를 다시 발신자인 박씨와 김씨 주소로 반송해 돌아왔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미 우정공사(USPS, UNITED STATES POSTAL SERVICES)는 이런 실수가 일어날 수 있게 되어있다.

두어 달 전에는 플로리다에 사는 K선생이 ‘나라 잃은 기분’이라며 ‘한국이 북한의 속국이 된 것같은 허탈감으로 너무 속이 상하다’는 전화를 해왔다. "한국으로 가는 우편물을 부치러 갔는데 Enter country name:에 'Korea'를 치니 use: Korea(North), Democratic People's Republic 이 바로 나오고 대한민국은 국가 이름에 ‘South Korea' 로 쳐야만 했다. ’The Korea Times' 도 ’The South Korea Times로 써야 하냐?” 고 했다.


또, K선생은 “ Fed EX에 가서 확인하니 'North Korea', ‘Cuba' 는 우편물을 보낼 수 없고 ‘Korea'를 치면 'South Korea' 가 바로 나왔다. UPS는 국가 명에 'Korea'가 아예 없고 'North Korea', 'South Korea' 로 구별되어 있다. 미 우정공사도 이렇게라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이와관련 뉴욕영사관 측에 물어보니 “미 우정공사의 나라 이름이 알파벳 순서로 되어있다 보니 그렇다” 면서 “Seoul, Korea나 Korea, Republic of”로 쓰면 확실하게 전달된다고 전한다. 즉, 한국 바로 위가 북한으로 정렬되는 것이 영문명이 ‘Korea, Democratic People's of (DPRK)’로 되어 D가 R보다 알파벳 순서로 먼저인 것이다.

미국에서 USPS를 통해 한국(Ko rea, Republic of)으로 우편물을 보냈는데 가끔 코소보 (Kosovo, Republic of)로 잘못 가는 경우도 있다한다. 알파벳 순서로 대한민국 다음이 코소보이다보니 직원이 실수하면 엉뚱한 나라로 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종종 미국에서 한국행 우편이나 물건이 북한으로 가는 실수가 발생하는데 미 전국적으로 하루 수십, 수백 건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럴 경우 북한은 제1순위 제재국가 대상이면서 남북한 간에는 우편물 교환협정이 없기 때문에 북한에서 다시 미국으로 반송조치를 한다.

그나마 돌아오는 것은 다행, 북한으로 잘못 배송된 우편물이 그대로 실종되기도 한다고 한다. 보통 미 우정국의 한 해 배달불능 우편물이 약 50억 통, 매년 15억 달러가 잘못된 주소 작업 비용으로 소요된다고 한다.

전 세계 190개국으로 우편물을 배달하는 미 우정공사는 연방정부기관으로 월마트를 제외한 미 최대의 유통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워낙 커버지역이 넓다보니 이곳을 통해 한국으로 국제우편물을 보낸 한인들은 우편물을 한두 번 잊어버린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요즘은, 페덱스나 UPS 같은 사설회사로 우편물을 보내고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각종 공과금이나 크레딧카드 대금을 수표를 써서 우편으로 보내기도 한다. 이럴 경우 보통 마감일 1주일~10일 전에는 보내야 안심할 수 있다.

본인역시 유치환의 시 ‘행복’ 에 나오는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이란 싯귀를 좋아했고 우표를 사고 편지를 부치는 아날로그 향수를 잊지 못한다.

편지나 소포나 보내는 이의 마음이 담긴 것이니 잘 보내고 잘 받아야 한다. 내 마음이 잘 전해지려면, 정확한 주소, 잊지 마세요!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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