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념일

2019-06-04 (화) 정강 밀러/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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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생일날에 한국에 있는 오빠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온다.
‘생일축하’라는 말과 함께 엄마께서 고생하신 날이니 엄마에게 전화를 드리라는 메시지이다.

미국 생활에 익숙한 나에게 일 년에 한 번씩 받아보는 이 메시지는 생소하기도 하지만 반갑기도 하다. 한국에 있을 때 가족과 함께 보낸 생일날들을 기억하게 된다. 나 자신에게 특별한 날이기도 하지만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로 더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생일을 떠올리면 당연히 선물이 생각나는 현재 문화에 익숙해진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날이다.

생일날에 미역국을 먹은 일 이외에는 부모님께 선물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우리 가족들은 모든 기념일과 행사날들을 음력으로 치르기 때문에, 미국에 살면서는 항상 양력 생일을 지낸 후에, 오빠로부터 문자를 받게 되고, 그리고 나서야 음력 생일을 알게 된다. 그래서 오빠에게서 받는 문자는 서프라이즈 선물과도 같다.
매년 초에 가족과 친척들의 생일과 제삿날 모두 다 음력으로 날짜 기록을 해 놓는다. 하지만 음력, 양력 날짜와 시차까지 계산을 해야 해서 뒤 늦게 연락을 하거나 아니면 미리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의 5월은 기념일과 행사가 많은 달이다. 특히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날과 같은 기념일들은 교육과 효를 중요시 하는 한국의 문화를 잘 반영하는 것 같다. 어버이날은 부모님뿐만 아니라 조상과 모든 어른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표현하고, 또한 스승을 부모와 같이 섬기고 존경하는 마음을 중요시하는 한국인들의 삶이 스승의날을 통해 보여지는 것 같다.

매년 Mother’s Day에 집으로 초대를 하는 미국인 친구가 있다. 그날에는 3대가 한자리에 모여서 모든 남자들이 음식을 만들고 손님 접대와 가사 일을 한다. 작은 선물들을 서로 교환하면서 축하분위기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Father’s Day에는 반대로 여자들이 음식 준비와 일을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이 따로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얼마전에는 돌아가신 친척분의 생일을 기념하는 자리에 초대되었다. 가족들과 친척들이 저녁을 함께 하면서 좋은 추억을 나누는 자리였다. 한국에서 제사에 익숙했던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 친척분의 가족들은 그 분의 삶을 기억하는 것 중 하나로 매년 그분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했다.

각각 다른 문화마다 그 사회집단 속에서 인간관계를 표현하고 유지하는 방식이 다양 하듯이, 생일이나 기념일을 지키는 방법도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존경, 사랑, 감사의 마음은 다 전해진다고 생각한다.

<정강 밀러/머시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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