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안타까운 유학생 고씨의 죽음

2019-05-02 (목) 전태원/자유기고가
크게 작게
27일 오전 10시께 릿지필드에서 길을 건너던 한인 유학생이 견인트럭에 치여 사망했다고 한다. 운전기사가 과속으로 신호등을 위반했는지, 고씨가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쪽으로 무단횡단을 한 건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무고한 한 한인여학생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라 안쓰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4월초 20일간의 일정으로 고국방문을 하고 돌아왔다. 2년 만에 찾은 한국, 어찌 그리 모든 게 하나같이 다 낯설고 어느 도시, 장소를 불문코 어디를 가나 자동차와 사람이 불안하게 조우하는 한국의 도로, 길목 모습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필자가 월남전에 참전, 휴양도시 나트랑시에서의 2년과 당시 수도였던 사이공에서의 4년 체류기간중 도로신호등이나 교통법 준수가 잘 돼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예외없이 ‘사람이 먼저’라는 인식이 차를 운행하는 운전자나 오토바이 탑승자들의 자세나 그 준법정신,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잊혀지질 않는다.


보행자도 조심을 해야하겠지만 움직이는 무기를 다루는 차량운행자가 우선 인명을 중시하고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운전을 해서야 되겠는가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한갓 동물도 무단횡단을 하는 걸 목격하면, 사슴이나 가축들이 완전히 도로를 벗어날 때까지 차분히 대기, 기다리는 안전운전 수칙을 지키는 자세가 돼있어야 한다고 필히 강조를 해야되는 건지….

한국으로 돌아가서 얘기다. 이건 대로에서는 물론이요, 동네 길목에서도 사람은 아예 뒷전이다. 표식이 제대로 돼있는 횡단보도에 두 발자국을 내딛었는데도 자동차가 질주하며 무조건 밀고 지나치는 정서에 아연실색 정도가 아니고 경련을 일으킬 정도의 차량운행자들…

세상 어느 천지에도 이런 행태는 볼 수가 없는, 길에 나서기만 하면 차량들의 횡포에 전율을 느꼈으니 하는 말이다. 가공할 일은 차종이 고급일 수록 난폭 운전도가 높다는 현실이다.

4월초부터 뉴저지주에서는 운전 중 핸드폰이나 아이패드 사용을 철저히 단속한다고 까지 했는데 이번 참변도 견인트럭 운전사가 핸드폰을 사용한 건 아닌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심정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우선 인명을 중시하는 자세가 돼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강조하는 바이다.

사람이 먼저냐? 자동차가 우선이냐를 따져야 만 하는 현실이 슬프기 짝이 없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고씨의 명복을 빌어마지 않는다.

<전태원/자유기고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