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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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생의 부활절

2019-04-20 (토) 김재열/목사 .뉴욕센트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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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목회할 때였다. 새 가족반에서 물리교사인 황 선생을 만났다. 그는 장교 출신으로 자세도, 성격도 반듯했고 매우 엄격했다. 어떤 모임이든지 지각하는 법이 없고 언제나 5분 전에 자기 자리를 지켰던 모범적인 성격을 가졌다.

세상의 어떤 신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성품을 지키며 살아가는 불가지론자였다. 학교에서도 예수 믿는 학생들을 꽤나 골탕을 먹이곤 했다고 했다. 향토 예비군 교관을 하면서도 하나님의 존재를 확실하게 증명해 주는 사람은 훈련을 제외 시켜주겠다고 큰소리치던 사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학교 교사의 권유로 한 두 번 교회에 나온 것이 계기가 되어 새 가족 성경 공부반에 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새 가족 성경공부를 하던 중에 부활의 주제를 만났다. 그는 사람이 한 번 죽으면 끝이라고 믿어왔다. 절대로 죽은 자는 살아나지 못한다고 믿었다. 자신의 전공인 화학이나 물리학에서도 철저하게 증명된 것이 죽음이다. 그런데 내가 질량의 불변 법칙인 에너지 보존 법칙이 무엇이냐고 되물었을 때의 황선생의 표정을 나는 영영 잊을 수가 없다.
갑자기 얼굴이 샛노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입이 얼어붙어서 한마디를 하려고 해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너무나 놀란 기색이었다. ‘목사님! 세상에 가장 미련한 놈이 여기 있습니다. 내 전공 내 학문에서 부활을 증거하고 있었는데 여태 새까맣게 그걸 모르고 있었습니다.’ 나도 잘 알아들 수 없는 말을 줄줄이 속사포로 쏘듯이 설명하기를 시작했다. ‘맞습니다! 에너지 보존의 불변법칙은 질량의 불변법칙입니다. 이건 어떤 변형 속에서도 그 물체가 가지고 있는 질과 양은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질과 양을 가지고 최적의 상태만 다시 만들면 얼마든지 재생이 가능합니다.’ 아! 아! 이것이 부활의 근거이군요! 이런 세상에… 이런 세상에… 왜 내가 여태까지 이걸 모르고 살았을까요?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신명나게 들떠있던 황선생의 부활절을 나는 지금까지 35년이 지났는데도 잊지 못한다.

현대가 어떤 세대인가? 타락한 인간들의 머리에서 3D 프린터로 인체의 장기를 복제하고 있지 않는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전능하심이 죽은 생명 하나를 살리지 못하겠는가? 포악한 죽음의 희생물이 된 인류가 한 알의 밀알로 죽으시고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생명으로 사망을 정복한 날이 부활주일이다.

지난 2,000년 동안 수많은 인생들에게 부활의 주님은 영원한 삶으로 만나주셨다.
오늘 부활절에 예수를 나의 주님! 나의 왕!으로 믿기만 하면 황선생의 부활절이 당신의 부활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부활의 영원한 생명이 당신과 함께 하시길!

<김재열/목사 .뉴욕센트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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