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베의 교실 우경화

2019-04-03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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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자주 대두되는 정한론은 19세기 말 당시 일본이 조선을 기필코 정복해야 한다고 주창했던 사상이다. 정한론은 1860년 일본 군국주의자 요시다 쇼인에 의해 처음 나온 것으로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심심하면 고개를 들고 있다. 요시다 쇼인은 일본의 근대화를 이룬 인물들에게 불타는 역사의식을 심어주었던 사람으로 바로 아베 신조 총리가 가장 존경하고 숭배하는 인물이다.

이를 보면 아베가 툭하면 한국의 영토를 계속 자국의 땅이라고 우기고 나오는 것이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 아베는 이번에 아예 학생들의 교실에서 우경화 교육을 시키겠다는 계획으로 왜곡된 독도 영유권에 대한 내용이 담긴 사회교과서에 대한 검정을 승인했다. 내년부터 학생들에게 독도를 일본의 땅으로 가르치기 위해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이 땅을 한국이 불법 점유하고 있고, 이에 대해 일본이 강력 항의하고 있다는 어이없는 내용의 교과서이다.

36년간이나 조선을 점거하여 나라와 민족을 마음대로 유린하고, 전쟁당시 조선의 어린 처녀들을 위안부로 데려다 갖은 만행을 저지르고도 아직까지 속시원하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일본의 잔학한 행위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처럼 일본은 교과서 우경화 움직임에 혈안인데 한국사회는 아이들에게 어떤 역사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일까. 한국의 역사교육은 국내의 역사마저도 하나같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용이 정권의 입맛대로 달라지고 있어 교실에서 교육받는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역사적 사실에 혼란을 주고 있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조차 구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교육으로 호시탐탐 한국을 노리는 일본의 야욕을 문제없이 이겨낼 수 있을까 염려스럽다.

“눈 덮인 들판을 걸을 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말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는 후세들의 이정표가 되리니” 서산대사가 남긴 이 의미 있는 한마디는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이 시대를 걸어가는 한국 정치인들에게 좋은 지침이 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호시탐탐 한국을 정복하려고 하는데 한국의 지도자들은 연일 감 놔라, 배 놔라, 모든 게 다 ‘네 탓이요’ 에만 열중하는 모습이다. 사색당파로 싸움질만 하다 결국 나라를 빼앗긴 조선시대 말기와 조금도 다름이 없어 보인다.

정치를 잘못했다고 대통령이 탄핵된 후 감옥에 들어가고 그 외 관련자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이제는 나라가 안정되고 살 만하게 되는 가 했지만 그 또한 기대 난망, 여전히 정치는 여야간에 다툼으로 연일 혼란의 연속이다. 현정권의 청와대 대변인이 투기논란으로 급격 사퇴하는 가하면, 문재인 정부 출범후 정국쇄신 카드로 마련한 개각의 장관 후보 7명의 부실 자격논란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경제도 실업자 투성이며 서민들의 생활고는 도무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그 옛날 선조들이 죽어라고 땀 흘려 일군 경제를 누릴 줄만 알지 제대로 유지해낼지도 의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벌써부터 항간에서는 한때 부자였던 베네수엘라의 몰락을 들먹이며 한국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까지 나오고 있다.

석유자원 부국이던 베네수엘라는 공직자의 부정부패로 인해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복지로 늘어난 국가재정을 감당 못해 경제가 악화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통화를 찍어냈다. 이로 인한 극심한 인플레로 화폐가 휴지조각으로 전락하고 국제유가 하락으로 나라 경제가 급격히 약화되기 시작, 미인대회에서 30%이상을 차지하던 베네수엘라 미인들이 성매매를 위해 거리로 나서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은 말했다. “조국이 없으면 민족이 없고 민족이 없으면 당이라든지 사상, 특정한 단체 또한 있을 수 없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현 시국에 있어서 우리 민족의 유일이자 최대의 과업은 좌파와 우파의 합작독립의 쟁취인 것입니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나라를 생각하고 이웃나라 일본의 교실 우경화 움직임에 두려움을 갖는다면 단단히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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