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인과 인과응보

2019-03-19 (화)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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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5일자 뉴스에, 뉴질랜드에서 백인 극단주의자가 이슬람사원에 들어가 49명을 살인했다고 했다. 살인자는 ‘사람을 많이 죽였다’고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도 언젠가는 업력에 따라 그 보복을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생(生)이란 이 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업력 따라 죽으면 다시 태어나고, 또 태어나고, 이게 삶이다.

파사논(婆娑論)에 오백생원(五百生怨)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한 여자가 아이를 땅에 두고 다른 곳에 연(緣)을 찾아 간 사이에 이리가 아이를 잡아먹었다. 여자는 이리에게 찾아갔다. 그리고 하소연했다.“이리야, 어찌하여 내 아이를 잡아먹었느냐” 이리가 대답했다. “네가 나를 원망하는구나. 네가 지난 500 생을 사는 동안 일찍이 내 아이를 잡아 먹었었다. 내가 이제 너 아이를 죽이는 것이 원수를 서로 갚는 일이거늘 왜 성을 내느냐.”

위의 얘기에서 보듯이, 지난 500생(生) 동안 여자가 이리의 아이를 잡아먹었으면, 이제는 이리가 여자의 아이를 잡아먹을 차례라는 것이다. 이게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응보(因果應報)이다. 왜 당신만 영생토록 사람을 죽이라는 법이 어디 있어? 인과응보는 항상 공평하다. 당신이 사람을 죽였으면 어느 땐가는 당신도 죽임을 당하게 돼 있는 것이다.


크리스 하퍼 머서(26)는 “더 많은 사람을 죽이면 죽일수록 더 크게 유명해진다”고 인터넷에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는 무종교인이다. 그는 오리건 주 커뮤니티 칼리지에서(2015/10/3) 많은 사람을 총으로 죽였다. 사람을 죽이면 유명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인과응보에 대해서는 전연 모르고 있었다.

이라크 자살 테러범 마르완은 <타임>주간지(2005년 6월26일)하고 인터뷰를 가졌다. "나는 언제라도 기꺼이 죽을 준비가 돼 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자살폭탄 테러를 위한 훈련을 받아왔다. ‘코란’에는 테러 하는 것이 이슬람교도의 임무라고 나와 있다. 테러리스트가 되는 것이 훌륭한 이슬람교도가 되는 것이다." 마르완은 계속한다. "모든 것은 알라의 뜻이다. 알라는 천국에서 내게 물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수의 이교도들을 죽였느냐'고."

여기서 마르완은 “알라를 위해 사람을 죽이면 반드시 천국에 간다.”고 믿고 있다. “얼마나 많은 수의 이교도들을 죽였느냐”고 알라가 물을 것이라고? 그렇다면 이교도들을 더 많이 죽이면 죽일수록, 알라로부터 더 많은 영광을 얻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가 보다.

어느 종교나 다 극단주의자들은 있기 마련인가 보다.
영화 ‘천당의 왕궁 (Heaven Kingdom) ’은 1180년에 일어난 십자군 전쟁의 한 장면을 묘사해놓았다. 그 당시 유럽에서는 기독교인들이, "무종교인 혹은 다른 종교를 믿는 이단자 (Infidel)들을 죽이면 천당 간다" 고 외치고 다녔다. 그리고 이단자들이나 무종교인들을 무작위로 죽였다.

기독교도나 이슬람신자들 중에서 극소수이겠지만, ‘야훼 혹은 알라를 위해서’ 사람을 죽이면 천국에 가서 하느님으로부터 환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신도들이 있었다. 지금도 있을 것이다. 위험한 믿음이다.

야훼나 알라가 사람을 만들었을 때 사람들끼리 화목하게 잘 지내도록 사람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었는데···,

테러리스트나 대량살인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화엄경’(26십지품)에, “살생한 죄로는 중생들이 3악도(지옥, 아귀, 축생)에 떨어진다.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두 가지 과보를 받는다. 하나는 단명(短名)하고, 둘은 병이 많으리라.” 다음 생에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으면 살인을 하지 마시라.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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