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짜 뉴스: ‘중국 음식점 신드롬’

2019-03-13 (수) 한영국/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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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대, 지금도 의사들이 많이 보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편지 한 장이 실렸다. 내용은 ‘미국에 와서 수년 동안 중국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면 목뒤 감각이 둔해지면서 졸리고 두통이 오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증상은 2시간쯤 지속되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지 이것저것 짚은 후에 다음 문장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는 아마도 중국 음식점에서 흔히 쓰는 MSG(monosodium glutamate) 조미료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이 문장은 그 후 50년이 넘게 중국 식당 비즈니스와 학계와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 편지는 Robert Ho Man Kwok, MD로 사인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는 미국에 와서 살게 된 중국인 의사였다. 그런데 현재 콜게이트 대학 교수인 Jennife LeMesu rier는 미국내 아시안에 대한 문제에 흥미가 있어 이 편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찾아보니 닥터 곽은 메릴랜드의 소아과 의사면서 연구소를 가지고 있던 과학자인데, 이미 1014년에 사망했다. 그녀는 위의 잡지와 다른 부속 논문들을 연구해 2017년 이에 관한 글을 발표했다. 그리고 나서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작년 어느 날, 그녀는 같은 콜게이트 대학 이사면서 외과의사인 하워드 스틸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96세인 그는 자신이 고백할 게 있다며 ‘중국 음식점 신드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오래 전 어느 날 그와 그의 친구는 저명한 위의 잡지에 글을 실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내기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하워드는 어떤 연구도 없이 자기 주장을 잡지사에 편지로 보내 봤고, 잡지사에서는 이를 게재했다는 것이다. 하워드는 이에 놀라 잡지사에 전화해서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이실직고했지만, 잡지사에서는 이후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여러 단체와 동창회에서도 피력했다. 하워드는 그러고 나서 몇 개월 후 사망했다.


공영방송사에서는 진실을 캐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찾은 것은 하워드의 딸이었다. 이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녀는 한 마디로 아버지가 거짓말을 했을 거라며 웃었다. 그것이 아마도 아버지가 이 세상에서 한 마지막 장난이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농담을 좋아했던 그는 일생 이런 장난을 즐겼단다.

미국에서는 여유 있게 농담하고 말장난을 즐기는 사람들이 차라리 각박하지 않은 인물로 어필하면서 존경을 잃는 일도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으며 씁쓸했던 것은 상대가 중국 의사가 아니라 백인 의사였어도 이런 장난을 그처럼 끈질기게 쳤을까 하는 점이다. MSG는 1990년대 FDA에 의해 소금이나 후추처럼 무해한 먹거리로 발표되었다.

<한영국/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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