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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과 해독제

2018-12-12 (수) 이태상/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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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가 저무는 연말이 되면 동창회다 크리스마스 파티다 흩어졌든 가족모임이다 해서 술을 마실 기회가 많아진다.

로마의 역사가 타시투스(Tacitus)는 고대 게르만 부족들이 전쟁시 협상을 할 때면 술에 취했는데 만취된 상태에선 서로가 숨김없이 흥정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기록해 놓았다. 술에 취하면 평소에 안 하던 행동도 하게 되고 뜻밖의 사고도 종종 생기는 것 같다.

술에 취하면 전혀 딴 사람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술이 정신무장을 해제시
켜 그 사람의 본성과 본색을 드러나게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중독(中毒))을 힌디어와 영어로 직역하면‘ intoxication’이 되는데 술과 담배뿐이 아니고 마약 같은 종교다 사상이다 이념이다 하는 온갖 허깨비에 사로잡혀, 모든 걸 흙과 백, 이분법으로 나누다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생지옥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와 같은 중독에서 벗어나 제(해)독하는 걸 힌디어/영어로는’ detoxification’이라 한다. 이런 만병통치의 제(해)독제(detoxicant)라면 세상에 사랑 말고 뭐가 있으랴. 그럼‘ 사랑’이란 뭘까? 미국의 노벨문학상 수상(1993) 작가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 1931 )의 말을 곱씹어보자.

“누구나 처음으로 인류의 한 부분은 나와 ‘다르다’는 가르침을 받게 되었을 때를 기억할 것이다.....이는 마치 내가 네게 네 왼 손이 네 몸의 한 부분이 아니라고 하듯 말이다.
얼핏 보면 이상의 두 문장이 서로 상반되는 모순 같지만 다시 좀 새겨보면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되지 않는가.

둘째 문장이 역설적으로 상기시키는 건 첫 문장이 전혀 불필요한 ‘말하면 잔소리,’ 영어로 표현하자면 ‘ Neeless to say/It goes without saying’ 이란 말 아닌가.

그러니 우리가 진정으로 ‘나’ 자신, 내 온 몸을, 사랑한다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내 몸의 각 부분과 그 세포들까지 다 존중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더할 수 없이 명쾌하게 밝힌 것이리라.

<이태상/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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