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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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엔,봄나물이 보약!

2017-04-24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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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이다.
바람이 따스하다. 옷차림이 바뀌었다.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화사한 봄맛을 느낀다. 봄이 파릇한 새싹으로 다가왔다. 동면에서 깨어나며 얼굴을 내미는 작은 풀들. 연녹색의 풀들이 봄이 왔음을 알린다. 길거리에 벚꽃이 만발했다. 노란 개나리도 활짝 폈다. 색색으로 멋을 부린 꽃에서 봄 향기가 풍긴다.

봄을 느끼려 뒷마당으로 나선다. 어느새 수선화는 모습을 감췄다. 꽃망울을 열어 활짝 핀 튤립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곳곳의 노란 꽃은 민들레다. 바람 따라 씨를 뿌리는 꽃이다. 활짝 핀 꽃은 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뒤뜰엔 봄을 알리는 전령사들도 있다. 냉이, 달래, 쑥, 부추, 미나리 등이다. 땅속뿌리에 겨울동안 쌓아왔던 힘을 한꺼번에 토해낸다. 힘차게 새싹을 내밀더니 쑥쑥 자라 올라온다. 밭을 갈아엎고 심은 상추와 쑥갓, 고추 모종도 뿌리를 내렸다. 키도 한 뼘이나 자란듯하다. 봄이 기척도 없이 순식간에 찾아왔다. 불과 며칠 전만해도 새벽바람은 차가웠다. 찬바람이 떠나기 싫어하는 여인마냥 앙탈을 부렸다. 그러더니 어느새 봄의 전령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봄의 전령사들을 보고 있자니 내 몸에서도 봄맞이를 하는가 보다. 피곤하고 나른해 진다.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이른바 ‘춘곤증’이다.

봄이 오면 무기력증과 피곤함을 호소하는 지인들이 한 둘이 아니다. 잠을 잤어도 졸리고 몸도 무겁다고 한다. 밥을 먹고 나면 졸음이 무섭게 몰려온단다.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춘곤증’이 몹쓸 병은 아니다. 인체가 움츠렸던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기운이 넘실대는 계절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극심한 피곤은 ‘만성피로증후군’일 수 있으니 전문의와 상담해 보는 것이 좋겠다. 물론, 건강하면 ‘춘곤증’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한다.

춘곤증을 이겨내는 좋은 방법은 봄철에 제철로 먹을 수 있는 나물들을 골라서 섭취하는 것이 으뜸이라고 한다. 봄나물로는 냉이, 달래, 쑥, 부추, 취나물, 씀바귀, 고들빼기, 더덕, 우엉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냉이와 달래’를 최고로 꼽을 수 있다. ‘냉이와 달래’는 우리들이 봄철 입맛이 없을 때 즐겨 먹는 봄나물이다. 그뿐 아니다. 건강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는 마법의 봄나물이다. 우리들의 건강지킴이인 셈이다.

냉이는 우리에게 아주 친근한 나물이다. 봄이면 나물바구니에 가장 많이 담기는 게 냉이다. 예전에는 잘게 썰어 죽에 넣어 먹으며 보릿고개를 넘겼다. 지금도 여전히 나물로 무치고 김치를 담그고 국거리로 먹는다. 냉이는 약효 성분도 다양하고 풍부하다. 동이보감은 냉이를 국으로 먹으면 눈을 맑게 해준다고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냉이의 푸른 잎에는 비타민 A가 풍부해 안구건조와 안구피로에 도움이 된다. 동맥 경화, 만성 간염, 위궤양, 빈혈, 당뇨, 고혈압 등의 예방에도 쓰인다. 단, 냉이의 성질이 냉한 편에 속해 몸이 찬 사람이 자주 먹으면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달래의 한약 이름은 소산(小蒜)이다. 마늘을 한약 명으로 산(蒜)이라고 칭한다. 그러니 달래는 작은 마늘이라 할 수 있다. 마늘이 몸에 활력을 주는 강장식품의 대명사로 통하듯이 달래 역시 마늘과 효능도 비슷하다. 비타민 A, B1, C 등이 고르게 들어있어 점막 보호, 에너지 대사, 항산화 작용도 있다.

또 봄철에 몸이 냉한 사람들이 앨러지 비염이나 가래기침이 심할 때 달래를 자주 섭취하면 점막을 보호하고 세포에 활력을 준다고 한다. 흔히 월동한 뿌리는 인삼보다 좋다고 한다. 겨울을 이긴 모든 뿌리 식물들을 봄에 섭취하면 ‘봄에 먹는 인삼’이란 의미다. 봄철 봄나물이 결국 보약인 셈이다.

봄, 봄이다. 봄나물은 인체 생리활동을 북돋는데 일등공신이다. 봄을 타는 사람, 춘곤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적극 권한다. 싱싱한 봄나물로 입맛을 돋우면서 건강도 챙기시길….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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