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도약

2024-09-23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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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 포지(Valley Forge)는 1775년 12월 추운 겨울에 미 독립군과 영국 정부군 사이에 있었던 최대의 격전지다. 큰 전투를 앞두고 독립군 사령관 조지 워싱턴은 기도하기 위해 막사를 나와 홀로 숲으로 갔다. 잿빛 하늘에서 도토리만한 눈발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정오가 다 되었는데 워싱턴 장군은 돌아오지 않았다. 부관들이 서둘러 찾아 나섰다.

숲속을 아무리 헤매어 찾아도 장군은 보이지 않았다. 저녁이 가까울 무렵에야 간신히 찾았는데 장군은 그때까지 눈 덮인 숲속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었다. 애타게 기도하는 그의 어깨가 얼마나 뜨거웠든지 외투위에 쌓인 눈이 녹아내리면서 김이 무럭무럭 솟아오르고 있었다. (버트 나누스의 ‘Visionary Leadership’ 중에서)

필라델피아 서쪽 교외에 위치한 밸리 포지 입구에 들어서면 무릎 끓고 기도하는 조지 워싱턴 기념 동상이 서있다. 밸리 포지는 1775년 12월, 미 독립군은 영국 정부에 포위당하여 전멸 위기에 직면했다.


독립군 측 사병들이 극심한 추위와 굶주림으로 벌판에 쓰러졌다. 이 광경을 목도한 워싱턴은 기도를 하기위해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정오가 다 되었는데도 워싱턴은 돌아오지 않았다. 부하들이 숲속을 아무리 찾아 헤매도 사령관은 보이지 않았다.

저녁 가까이 되어서야 간신이 찾았는데, 워싱턴 장군은 그때까지도 눈 덮인 적막한 숲속에 무릎을 끓고 홀로 기도하고 있었다. 워싱턴은 그 다음날 전투에 나가 대승을 거두었다. 워싱톤은 무릎 끓는 간절한 기도로 이날 미국 독립의 길을 열었고, 세계 열방을 선도하는 최고 선진국으로 떠올랐다. 세계는 급변하는 새 역사의 흐름을 바라보며 놀랐다.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가 19세가 되었을 때 운명을 바꾸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루터는 당시 에르푸르트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부모를 찾아 뵌 후 친구와 함께 학교가 있는 에르푸르트로 돌아가고 있었다.

시골마을 슈토테른하임을 지날 때, 갑자기 뇌우를 동반한 폭풍우가 내리쳤는데 동행하던 친구가 순간의 벼락을 맞아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옆에 있던 친구의 급서(急逝)를 목격한 루터는 말할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루터는 인간의 생명이 작은 벌레 같은 미미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두렵고 떨려 청년 루터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외쳤다. “하나님 저를 긍휼히 여기소서. 저를 살려주시면 수도사가 되겠나이다.” 그길로 에르푸르트로 학교로 돌아 온 루터는 법학공부를 포기하고 수도사가 되었다.

이 작은 결단이 루터가 종교개혁가의 길을 걷는 출발점이 되었고 인류역사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당신은 도약을 꿈꾸는가. 무릎 꿇고 앉아보라. 땅은 보이지 앉고 수평선 위로 하늘이 보인다. 수평적 인간에서 수직적 인간으로 도약한다. 3차원의 영(靈)이 열린다.

무릎 꿇는 자는 역사의 흐름을 이긴다. 18만 5,000 명의 앗수르 대군에 예루살렘을 에워싸고 무조건 항복을 강요할 때 히스기야 왕은 무릎 하나로 적군을 물리쳤다. 시편 46편은 이 배경을 기초로 기록한 승리의 찬가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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