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흑백영화였던 옛날 영화 “로마의 휴일”을 지금도 좋아한다. 영화의 원제목은 잘 알듯이 “Roman Holiday”였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Roman Holiday를 로마의 휴일이라고 한 번역이 잘 된 번역인지 먼저 생각해 보기로 한다. 왜냐하면, 로마의 휴일을 다시 영어로 환원시켜보면 Roman Holiday라고 돌아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로마의 휴일은 Holiday in Rome이 더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Roman Holiday는 어떤 번역이 올바를까?.“로마인의 휴일이나 로마의 공휴일”이 적절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놀라울 일까지는 아니더라도 Roman Holiday라는 단어의 숨은 뜻은 영화처럼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다 잘 아는 역사지만 옛날 로마 제국 시절 검투사 게임은 로마시민들에게 최고 인기의 공연 놀이였다. 당시 로마 정부는 자주 검투사 게임을 주최하면서 그때마다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고 입장료는 무료였다.
이는 로마시민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포풀리쥼의 원조였다. 어째거나, 검투사 게임은 하나가 죽어야 하는 살인 게임인데 로마시민인 관중들은 열광했다.
이런 잔인한 게임을 Roman Holiday라고 처음 표현한 사람은 유명한 시인 바이런이었는데 그는 자신의 시 “귀공자의 순례”에서 Roman Holiday를 “sadistic enjoyment” 즉, 가학적 즐거움이란 의미로 사용했다. 한 마리로 로마의 휴일의 분위기와는 사뭇 거리가 느껴진다.
그건 그렇고, 영화 로마의 휴일은 1953년 미국의 명감독 윌리엄 와일러 작품으로, 신문사 특파원역에 당대 미남 배우 그레고리 펙이, 공주 역에 오드리 헵번이 열연했다.
공주역은 원래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진 시몬즈를 섭외했으나 스케줄이 맞지 않아 운 좋게 신인이었던 오드리 헵번이 선정되었고 기자역에는 케리 그랜트를 선정하려 했으나 상대역과의 나이 차이가 크다는 이유로 사양해서 그레고리 펙으로 결정되었다. 영화는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현지 로케이션이었다.
영화는 시쳇말로 대박이었다.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으며 수많은 상을 휩쓸었고 오드리 헵번은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까지 수상했다. 영화의 내용이야 워낙 유명해서 언급할 필요가 없겠지만 관련한 후일담 하나를 소개해 보려 한다. 그레고리 펙은 자신의 전기 다큐멘터리에서 진실의 입에서의 장면에 관한 숨겨진 진실(?)을 공개했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 한 아이디어가 생각나 감독에게 제의했고 좀 더 극적 효과를 얻고자 오드리 헵번에게는 알리지 않기로 했다.
거짓말을 한 사람이 손을 넣으면 팔이 잘린다는 전설이 있다는 진실의 입속에 넣은 팔이 빠지지 않고 힘들여 뺀 후에도 옷 속에 손이 감추어져 손이 잘린 듯한 장면은 씨나리오에는 없었다. 영화에서 본 오드리 햅번의 깜짝 놀라고 당황해하는 연기는 연기가 아니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장면은 공주가 공식 방문을 마치고 로마를 떠나기 전 열린 기자들과의 인터뷰가 끝난 후, 기자들까지도 모두 떠난 텅 빈 회견장을 두 손을 양복바지 주머니에 깊이 찌르고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또 뭔가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회견장을 나서는 마지막 장면의 신문기자 조의 모습에는 뭔가 애잔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끝으로 한마디 더 한다면 원작자는 왜 영화의 제목을 Roman Holiday라고 했을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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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향민/영어음성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