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 안듣는 ‘고집불통 셀러’ 어떡해야 하나

2017-02-16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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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분야별 전문가 조언·외부 업체의 자문 첨부

▶ 시간을 갖고 말보다는 ‘팩트’로 설득해야 효과


리스팅 에이전트는 셀러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서 매물 판매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는 셀러를 만나면 마치 거대한 벽에 부딪힌 심정이다. 집을 보러 오는 바이어가 한명도 없는데 리스팅 가격을 끝까지 고집하고 집안 장식도 트렌드에 맞지 않게 마음대로 하겠다는 고집불통 셀러들을 보면‘이럴거면 왜 에이전트를 고용했나’하는 의구심이 든다. 아쉽게도 말 안듣는 셀러도 잘 설득해서 성공적인 주택 판매로 이끌어야 하는 것이 에이전트의 의무다. 리얼터 매거진이 고집불통 셀러를 설득하는 요령을 소개했다.

■ 제 3자 의견 제시
집이 안 팔리는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가격을 너무 높게 내놓았을 때가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고 실내 장식이 최신 트렌드에 뒤떨어질 때도 바이어의 관심을 받기 어렵다. 실내 장식에 신경 쓰라는 리스팅 에이전트의 조언에 고집불통 셀러들은 ‘내가 알아서 할 것’이라는 한결같은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이럴 때는 ‘제 3자의 의견’이 필요할 때다.

셀러가 각 분야 전문인으로부터 의견을 듣게 되면 마음을 바꿔 리스팅 에이전트의 조언을 받아들이기 쉽다. 또 리스팅 에이전트가 처음 제시한 조언이 제 3자 전문인을 통해 옳다는 것으로 확인되면 에이전트와 셀러간 신뢰가 쌓이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셀러에게 외부 업체의 자문을 제시할 때는 업체 한 곳보다는 각 분야별(스테이징 업체, 페인팅 업체, 주택 수리 업체 등) 적어도 세 곳이상의 업체로 부터 자문을 받는 것이 좋다.

■ ‘숫자’로 설득
에이전트가 셀러를 설득할 때 가장 애를 먹을 때가 바로 리스팅 가격을 결정할 때다. 자신의 집에 애착이 많은 셀러들은 집의 가치를 판단할 때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 어렵다.

그래서 흔히 시세보다 높게 내놓게 되는 ‘오버 프라이스’ 오류를 범하기 쉽다. 리스팅 에이전트가 오버 프라이스를 고집하는 셀러를 요령껏 설득하지 못하면 주택 판매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다.

셀러는 에이전트의 말보다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숫자’를 더 신뢰한다. 리스팅 에이전트가 최근 매매 자료를 들이대면 셀러는 에이전트가 제시하는 리스팅 가격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최근 리스팅 검색 서비스인 MLS를 통해서 자세한 매매 자료가 포함된 시세 보고서를 쉽게 작성할 수 있다. 시세 보고서에는 최근 매매된 매물의 가격, 건물 조건, 팔리는 데 걸린 기간, 스퀘어피트 당 가격 등의 구체적인 자료가 일목요연하게 적혀있어 셀러가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했는데도 높은 가격을 고집하는 셀러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미래를 위한 설득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셀러가 원하는 가격대로 내놓은 뒤 일정 기간동안 바이어들의 반응이 없을 경우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약속을 미리 받아 놓는 전략이다.

셀러가 동의할 경우 아예 리스팅 계약서 구체적인 기간과 인하 가격폭까지 명시하면 셀러와 재설득에 나설 필요가 없다.


■ 시간이 약이다
셀러를 재촉할수록 리스팅 에이전트의 의도와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 쉽다. 에이전트의 경우 주택 거래를 자주 다루기때문에 어떤 결정이 옳은 결정인지 빨리 파악되지만 평생 집을 한 두번 매매하는 셀러들은 결정을 내릴 시간이 필요할 때가 많다. 이럴 때는 나름대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경우로 재촉하지 말고 시간을 조금 더 갖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셀러가 너무 긴 시간을 갖도록 하면 주택 판매 성공 확률은 낮아진다. 정해진 기간 내에 주택 거래를 단계별로 진행해야 하는데 무기한 시간이 주어지면 언제 어디서 어떤 이슈가 돌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퍼를 제출한 바이어측과 카운터 오퍼를 주고 받을 때가 그렇다. 정해진 기간 내에 바이어측에 반응을 보내야 하는데 너무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은 바이어에게 ‘딴 생각’을 하도록 시간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몇시간 내지 하루 정도의 시간을 주고 셀러측의 결정을 받아내는 것이 좋다.

■ 거절 속내 알아내야
셀러가 바이어의 요청을 거절할 때는 ‘이것만은 못 해줘’라는 심리가 작용할 때가 많다. 리스팅 에이전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셀러의 진짜 거절 이유를 알아내야 주택 거래를 진행시킬 수 있다. 이미 에스크로를 진행중인 바이어가 욕조의 물이 잘 빠지지 않는 것을 지적하며 셀러측에게 수리를 요청했다. 그런데 셀러는 특별한 이유를 대지 않고 한사코 수리를 못해주겠다는 입장만 반복해 주택 거래가 난관에 빠진 상태였다.

리스팅 에이전트가 셀러의 거절 이유를 파악한 결과 거절 사유는 바이어측과 맺은 구매 조건에 있었다. 바이어측이 조기 입주를 요청했고 셀러측이 이를 받아들였는데 셀러 마음속에는 이미 바이어에게 큰 조건을 양보했다는 생각이 깊게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었다.

리스팅 에이전트는 결국 약 150달러 정도의 수리비를 자신이 부담하기로 하고 거래를 이어가야 했다.

■ 셀러와 공감해라
리스팅 계약을 맺은 순간부터 에이전트는 셀러와 한배를 탄 것과 다름없다. 셀러의 감정을 공감하는 길만이 셀러를 설득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말 농장 형태의 집을 내놓은 셀러가 있었는데 가장 좋은 조건의 오퍼를 제출한 바이어는 구입 뒤 마당의 헛간들을 철거할 계획이었다. 셀러는 헛간 철거 계획에 다소 거부감을 느끼면서 바이어의 오퍼를 받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리스팅 에이전트는 ‘집을 팔고 나면 그만인데’라는 생각이 속에 있었지만 대신 셀러의 기분을 맞춰주며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셀러가 최우선 목표인 주택 판매에 초점을 맞추도록 설득한 결과 성공적으로 주택 판매를 완수할 수 있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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