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 이어져
▶ 기준 금리 하락 기대 아직 일러
▶ 매물 증가 전망은 그나마‘희소식’

주택 가격이 여전히 상승세인 가운데 매물 증가로 바이어의 협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
올 여름 때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주택 시장은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매물이 조금씩 늘고 있어 바이어들이 조금이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예년과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3분기 주택 시장을 미리 짚어본다.
■ 매물 증가로 바이어 협상력↑‘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5월 재판매 주택의 중간 매매가는 42만2,8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 상승하며 5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주택 가격은 2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많은 바이어들에게 여전히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모기지 이자율도 7%에 가까운 높은 수준에서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모기지 이자율 역시 단기간 내에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이어들에게 그나마 희소식은 시장에 나오는 매물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물 수가 늘면 바이어들의 협상력 높아지기 때문에 셀러들이 주택 판매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택 시장 흐름이 오는 3분기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 상황이 점차 바이어 중심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여러 불확실성에 수요 위축주택 시장에서 3분기는 통상 봄철 다음으로 바쁜 시즌이다. 자녀를 둔 가족 단위 이사 수요가 몰리는 학교 일정과 맞물려, 평균적으로 연간 주택 거래량의 약 28.1%가 3분기에 이뤄지는데, 올해는 예년과 다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NAR 나디아 에반젤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는 통상 148만 건 이상의 주택이 거래되는 시기로, 주택 수요가 강하고 모기지 이자율도 상대적으로 안정되는 편이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봄철 주택 시장은 기대와 달리 부진을 겪었다. 높은 집값으로 인한 구매력 악화, 게다가 관세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수요가 위축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3분기에도 봄과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 업체 ‘애톰’(ATTOM)의 롭 바버 CEO는 “예년 같으면 3분기까지 여름철 거래가 급증하는 패턴이 이어지는데 올해는 그런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모기지 이자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주택 가격도 떨어질 기미가 없어 시장이 한산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이자율 하락이나 매물 증가가 뚜렷해지지 않는 한, 주택 수요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온라인 금융정보업체 뱅크레이트의 그렉 맥브라이드 수석 금융 애널리스트도 “현재 주택 거래량이 지난 30년간 최저 수준”이라며 “올해 3분기 거래 실적은 장기 평균과 비교하면 저조하지만 지난해보다는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택 비용이 여전히 임금 상승률을 크게 앞지르고 있어 주택 구매 여건이 쉽게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
■ 이자율 6.5~7%대 유지 전망올해 3분기에도 모기지 이자율은 현재의 높은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맥브라이드 애널리스트는 “이자율이 의미 있게 하락하려면 경제, 특히 고용 시장이 뚜렷하게 둔화해야 한다”라며 “현재처럼 경제가 견조한 수준을 보일 경우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30년 고정 이자율이 6.5~7% 수준에서 떨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CJ 패트릭 컴퍼니의 릭 샤가 CEO 역시 “향후 3개월간 이자율이 좁은 폭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라며 “30년 고정 이자율의 경우 6.75~7%, 15년 고정 이자율은 6~6.5% 사이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국내적으로는 관세 정책과 재정적자, 국제적으로는 중동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여러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한 만큼, 당분간 모기지 이자율의 뚜렷한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모기지은행업협회’(MBA)도 3분기 30년 고정 이자율이 평균 6.8%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비슷한 예측을 내놨다. 국영모기지보증기관 패니메이의 경우 3분기 평균 이자율 전망치를 6.3%로 잡아,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발표했다.
■ 집값, 전국 평균 2% 상승주택 가격은 23개월 연속 연간 대비 상승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해 3분기에는 가격 상승세가 다소 완만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에반젤로우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에 전국적으로 연간 약 2% 수준의 집값 상승이 예상된다”라며 “다만 지역별 편차가 크고, 매물이 빠르게 늘고 있는 지역에서는 소폭의 가격 하락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맥브라이드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 년간 뜨거웠던 일부 시장에서는 거래가 둔화되고, 매물이 쌓이면서 뚜렷한 가격 조정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라며 “전국적으로 중간 매매가는 큰 변동이 없겠지만 지역별로는 뚜렷한 온도차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은 여전히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가격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부동산 데이터 분석 업체 애톰에 따르면 주택 구입 및 유지 비용이 여전히 임금 상승률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애톰의 바버 CEO는 “전반적인 임금 상승세나 뚜렷한 이자율 인하가 나타나지 않으면 주택 구매 여건은 여전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며 “결국 바이어, 셀러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주택 시장 상황은 점차 바이어 우위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클리어캐피털의 케논 천 전략 담당 부대표는 “2분기까지의 상황을 보면 현재 시장은 명백히 바이어에게 유리한 흐름”이라며 “신규 매물이 증가하는 가운데 거래량이 정체되고 있어 가격을 내리거나 오랫동안 안 팔리는 매물이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천 부대표는 모기지 금리가 6.8% 선에서 유지될 경우 이 같은 흐름이 3분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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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